유사 KIKO '가계 한숨' 깊어진다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반준환 기자 2008.11.0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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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펀드 선물환 계약·엔화대출 대표적… 펀드손실·집값하락 맞물려

KIKO(환헤지 통화옵션 상품)가 중소기업들을 벼랑끝에 내몬데 이어 또다른 유사KIKO 상품들이 가계를 강타하고 있다. 역외펀드의 선물환 계약과 은행 등 금융권의 엔화대출이 대표적이며 이같은 상품들은 펀드 손실, 집값 하락 등과 맞물리며 개인 고객들의 손실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5일 증권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역외펀드 투자자들 대부분이 60% 정도의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환위험 회피 목적의 환헤지를 통해 30~40%의 추가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원금이 모두 날아가고 자칫 잘못하면 펀드에 돈을 추가로 메워야 하는 상황으로도 치달은 것.



주로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역외펀드에 투자할 때는 원화를 달러화 등 해당 펀드의 기준통화로 교환해야 한다. 이에 따라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위험이 있어 펀드가입시 선물환 계약(‘1년 뒤 지금과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값에 달러를 사겠다’는 내용으로 본래는 위험 회피 목적) 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외국계 운용사의 상품은 대개 은행을 중심으로 팔렸고 판매 창구인 은행 등에서 개별적으로 환헤지 계약을 유도한 사례가 많다. 사실상 펀드와는 무관한 은행과 펀드투자자의 사적 계약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이 같은 펀드가 집중적으로 팔렸고 1년 만기가 보통인 이들 환헤지 계약에 따라 만기가 집중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은행들로부터 환헤지 비용의 추가납부를 요구받고 있다. 지난해 말 5000만원을 해외펀드에 넣었던 A씨는 최근 펀드를 환매하면서 1500여만원의 돈을 추가로 넣어야 했다. 그 결과 돌려받은 돈은 1000만원 남짓이어서 사실상 5500만원의 돈을 날린 셈이 됐다.

일부 펀드 투자자는 판매사(은행 등)에 추가납입을 거부하지만 이 경우 펀드가 강제환매되고 환헤지 손실이 개인 신용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마저 있다. 일부 투자자는 은행 등에 대해 항의하고 있고 카페나 피해자 모임 결성을 통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집값 하락과 맞물려 있는 것은 주로 엔화 대출이다. 지난해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으로 돈줄이 죄여진 상황에서 은행 등은 집값을 빌리려다 관련 규정 때문에 낭패를 봤던 이들에게 엔화 대출을 권했다.


엔화대출이 엔화 대비 원화값이 800~900원 선에 머물던 2006년과 지난해 상반기에 집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1300~1400원을 오가는 원/엔 환율상황은 대출자의 부담을 키운다. 또 이들이 주로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의 집을 사는데 주로 엔화 대출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돼 집값 하락과 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체감 집값 하락율은 반토막 이상의 공포감마저 느끼게 한다. 대출이자마저 3%대에서 5%대로 40% 가까이 올랐다.

경기를 덜 타는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대출 원금이 60% 정도 상승하고 대출 이자마저 2~3배 오른 것에 충격을 입고 있는 것. 이밖에 엔화대출을 통해 시설투자를 한 중소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KIKO에서 피해를 입고 엔화대출마저 겹친 중소기업들이라면 사실상 존폐를 걱정하는 상황까지 몰린 것.



일부 은행은 '역외펀드 전담대책반'을 구성한 상태고 금융감독 당국도 역외펀드 불완전 판매와 엔화대출 등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서 이같은 유사 KIKO에 따른 가계의 피해는 또다른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엔화대출의 경우 원/엔 환율하락과 저금리 메리트로 중소기업들에게 인기를 끌었었다"며 "재미를 본 기업주들이 개인자격으로 대출을 신청한 경우도 상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환율이 급등하자 기업 뿐 아니라 기업주까지 상환이 불가능해진 경우가 많다"며 "은행들도 어떻게 처리해야할 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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