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오바마 랠리'를 꿈꾼다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11.0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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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기계 IT 차익물량 출회...'베어마켓 랠리'예단 위험

코스피지수가 1150대로 올라섰다. 사흘째 20일 이평선에 가로막혔지만 장중 저점과 종가가 모두 상승했다는 점에서 추가상승 기세를 읽을 수 있다.

지수가 저점(892.16)대비 30% 가까이 오름에 따라 차익실현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 철강금속 업종이 7일만에 3.3% 하락한 것이나 조선주가 포함된 운수장비 업종이 나흘만에 1.2% 하락한 것은 차익실현 매물 때문이었다. 외국인은 이날 업종 가리지 않고 4474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주식 순매도에 나섰다.



철강금속 업종은 지난달 27일 연저점(2702.84)에서 31일 장중 고점(4350.16)까지 단 4일만에 60% 넘게 치솟았다. 동기간 운수장비 업종의 상승률도 44%에 달했다.

하지만 전날까지 55% 급등한 기계업종은 이날 장초반 -4%가 넘는 하락세를 이겨내고 상승반전했다. 전기전자 업종의 경우 사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장중 -2%가 넘던 낙폭을 -0.2%로 막아냈다.
이날의 압권은 은행과 건설 업종이었다. 은행은 9.3% 급등하며 이날 업종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건설업종은 장초반 11.7% 폭등하며 20일 이평선을 넘기도 했다.



이미 많이 오른 업종에 대한 매도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지수 상승률보다 월등히 앞서는 상승종목에 대해서 1차적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것은 투자의 기본이다.
문제는 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면 후발주자에 대한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날 은행과 건설업종이 급등한 것은 주가 추가상승을 전제로 놓고 키맞추기 작업이 행해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1150선에서 상승세가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미대선 당일을 맞아 이익 극대화 종목의 확정익을 추구하는 한편 추가적인 이익제고를 위한 포석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면 말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베어마켓 랠리의 한계를 지적한다. 통상 30%의 주가 반등을 랠리의 끝자락으로 보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보다 반등이 강할 경우 50%, 또는 61.8%의 되돌림 수치를 적용하는데 이는 코스피지수 환산시 1340선과 1440선이 된다.


현재 이정도 레벨까지 반등이 이뤄진다고 보는 부류조차 드물다. 아무리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아도 수출경기가 둔화되고 있고 미분양 아파트 및 부동산 PF대출 등으로 허덕이는 건설경기 침체를 제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훨씬 크다.

하지만 눈으로 볼 수 있는 지표와 계산기로 두드릴 수 있는 데이타를 갖고 시장을 예상할 수 없게 된지 오래다.
지난해 10월말 2085선까지 치솟던 주가가 1년만에 900선을 밑돌 정도까지 추락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현재 증시가 베어마켓 랠리의 한계를 보이다가 다시 고꾸라질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또 한번의 오류가 될 지 모르는 일이다.

과연 IMF때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민간보다 많은 정보를 확보하고 있고 기업체의 부도 여부마저 관장할 수 있는 권한까지 있는 정부당국이 이러한 상황 전개를 용인할까.
75bp의 금리인하와 300억달러의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을 미리 알 정도의 핵심 정보력을 갖고 있지 않은 쪽에서 실물경기가 결국 침체에 빠질 거라든가 베어마켓 랠리가 끝난 뒤 전저점이 붕괴될 것이라든가 전망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심이 일어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글로벌 정부당국이 사상초유의 강도로 공조체제를 취해야할 만큼 심각했던 사태가 재발한다는 것은 지구촌 모든 정부가 시장에 굴복한다는 의미다. 주가 2000선에서 이를 예상했다면 몰라도 현 시점에서 정부 무용론이 먹힐만큼 침체 또는 공황을 주장하는 것은 어딘지 뒷북 냄새가 심하게 난다.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했다. "주식시장은 꿈을 먹고 사는 동네"라고.
그리고 혹자는 이런 얘기를 했다. "목표주가가 빤히 보이는 주식은 사는 게 아닙니다. 주식을 살 때는 그게 향후 몇 배가 될 지 한계를 모르기 때문에 사는 겁니다"라고.

미대선을 베어마켓 랠리의 확정 계기로 보는 쪽은 꿈이 없는 사람이다. 아무려면 미국 대통령이 새로 나오는데 증시가 휘둘릴 수 있을까.
미대선을 계기로 '베어마켓 랠리'나 '주가 반등'이라는 단어를 버리고 '상승추세 본격화'나 '주가 상승'이라는 단어를 구사하는 자만이 꿈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주식은 꿈이 있는 자에게 돈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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