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스왑 금리, 왜 마이너스로 갔나

더벨 이승우 기자 2008.11.0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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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국내 채권 매도..조선업체 선물환 매도 재개

이 기사는 11월04일(15:3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외화자금 사정이 나아진줄 알았는데...." 4일 1년 만기 통화스왑(CRS) 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스왑시장의 전문딜러들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국 은행들이 이렇게까지 수모를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침 이날은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을 재원으로 은행들과 스왑거래 경쟁입찰을 한 날이었다. 그간의 꾸준한 스왑시장 개입과 경쟁입찰, 최근엔 한미 통화스왑 라인까지 설정했지만 이날의 마이너스 CRS 금리는 은행간 외화자금 경색은 풀리지 않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CRS 금리는 통화스왑시장에서 달러 변동금리(Libor)와 교환되는 원화 고정금리를 의미한다. 국내 은행이 외국 은행에게서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꿔오면 달러 리보금리를 지급하고 원화 고정이자를 받게 된다. 그런데 CRS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원화 고정금리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원금에 얹어 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CRS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까지 떨어지는 것은 달러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화가 푸대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의 리스크가 커져 보유를 꺼려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안전 자산인 달러 확보 심리와 더불어,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 팔자, 환율 하락으로 부활한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 등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들 차익거래 청산


우선 외국인들이 최근 국내 채권을 매도하는 것과 CRS 금리 하락이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외국인들은 주로 내외금리차와 스왑레이트(현물환율-선물환율)를 이용한 차익거래를 이용, 국내 채권에 투자해 왔지만 지난달 이후 연일 포지션 정리에 나서고 있다. 국제금융시장 경색으로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보유하려는 욕구가 커진 것도 있지만 CRS 금리가 그간 계속 하락하는 바람에 평가손실이 쌓여 손절 위험에 빠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기존의 차익거래를 청산하고 CRS시장에서 원화를 달러화로 교환하려는 외국인 또는 외은지점 주문이 공공연히 관측됐다고 스왑딜러들은 전했다. 일부 외국은행에서는 이런 주문이 매우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계 한 스왑딜러는 "베이시스 확대를 이용해 국내 채권 투자에 나섰던 헤지펀드들이 차익거래 청산에 나서면서 CRS 페이(원화 고정금리 지급)를 했던 것을 되감는 CRS 리시브(원화 고정금리 수령)가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CRS 금리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내려왔다"면서 "차익거래 청산 과정에서 외국인들의 채권 순매도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오전중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 순매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율하락에 되살아난 조선업체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가 다시 나타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한때 1500원까지 올랐다 최근 급락하자 조선업체를 중심으로 그동안 미루어 뒀던 달러 팔기(선물환)가 재개되고 있다.

일부 조선업체의 경우 환율 급등으로 선물환 매도에서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 크레딧라인이 제한되면서 은행과 추가적인 선물환 거래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러나 최근환율이 급락하자 평가손실이 줄고 크레딧라인도 여유가 생기자 다시 선물환 팔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체들이 선물환을 팔게 되면 이를 사줘야 하는 은행으로서는 환헤지를 위해 통화스왑시장에서 리시브(달러차입-원화대여)를 해야 한다. 이는 달러자금 수요를 키워 결국 CRS 금리 하락으로 이어진다.

외국계 은행 딜러는 "조선업체들은 CRS 금리와 상관없이 선물환율에 따라 물량을 내놓기 때문에 CRS 시장에 물량 압박이나 심리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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