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집필진 "교과부 수정권고안 거부"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8.11.0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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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인정제 취지 훼손...역사교육 길들이기 중단해야"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집필진이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시한 '좌편향' 수정권고안에 대해 거부입장을 밝혀 '교과서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집필진 협의회는 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과서 검인정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교과부의 수정 권고를 거부한다"고 공식 밝혔다.



이날 거부입장 표명에는 6종 교과서 가운데 5종 교과서의 집필진이 동조했으며, 기자회견에는 홍순권 동아대 교수(금성출판사), 한철호 동국대 교수(대한교과서), 주진오 상명대 교수(중앙교육진흥연구소) 등 3명이 대표로 참석했다.

이들은 "교과부가 한국의 교육을 책임지는 주체로서 책임을 망각하고 정권의 성향에 맞춰 교과서를 수정하겠다고 나섰다"며 "이는 교과서 검인정제의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발표에 나온 50개 수정권고안 중 절반 이상은 숫자 채우기식의 '첨삭지도' 수준"이라며 "나머지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들도 어디까지나 검인정제도 하에서 다양성의 측면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필진은 또 "교과부가 '사실 여러모로 조사해 보았으나 좌편향이라고 규정할 내용을 찾지 못했다'는 점을 밝히고 검인정제의 제도적 미흡을 보완할 극복방안을 제시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들은 교과서가 검인정되고 난 뒤 다음 검인정때까지 벌어진 일들에 대해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는 명확한 지침이 없다는 점을 검인정제도의 미흡한 부분으로 지적했다.


이에 "이번 수정권고는 앞으로도 정권이 바뀌면 제도를 무시하고 교과서를 수정할 수 있다는 전례로서 역사의 오점"이라며 "역사교육을 정권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집필자 협의회에는 금성출판사의 김한종(한국교원대), 홍순권, 김태웅(서울대) 교수, 대한교과서의 한철호, 김기승(순천향대) 교수, 법문사의 김종수(군산대) 교수, 중앙교육진흥연구소의 주진오 교수, 천재교육의 한시준(단국대), 박태균(서울대) 교수 등 9명이 참여하고 있다.

앞서 교과부는 지난달 30일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6종 253개 항목을 검토해 55건의 수정권고안을 제시했다.

교과부는 집필진과 만나 거부 이유 등을 들어본 뒤 수정권고를 받아들이도록 계속 설득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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