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겠다는' 정부 '안 받겠다는' 은행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08.11.0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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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실추 우려…은행들, 정부 지원 '거부'
- 美 일부 지방은행 "우린 괜찮다"
- 獨 도이체방크 CEO "공적자금은 수치"

'돈 주겠다는' 정부 '안 받겠다는' 은행


금융위기가 휩쓴 세계 곳곳에선 공적자금 투입을 놓고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달라-안준다'가 아니라 '받아라-됐다, 필요없다'가 문제다. 준다는 데 부득부득 안 받겠다는 'X배짱' 은행들은 어떤 곳일까.



◇ 은행들 속속 "美연준 지원, 우린 됐어"= 3일(현지시간) CNN머니에 따르면 미국 샌 안토니오의 컬런/프로스트(Cullen/Frost)은행은 지난달 31일 "정부의 부실자산 구제 프로그램(TARP)의 자금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 재무부가 TARP를 발표한 뒤 수십개 은행이 정부 투자 승인을 받았다. 신청마감일인 다음달 14일까지 많은 은행들이 자금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자산 규모가 141억 달러인 컬런/프로스트은행은 기를 쓰고 이 대열에서 빠지려 하고 있다. 딕 에반스 회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자본이 탄탄하며 당분간 사업을 키우고 인수 기회를 이용할 만큼의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톰슨베이스라인에 따르면 컬런/프로스트의 주당 순익은 연 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금융섹터 평균 67% 감소한 것과 비교할 때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올해와 같은 폭락장에서 놀랍게도 13%나 올랐다.

이런 '괴짜' 은행은 컬런/프로스트 뿐만이 아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퍼스트시티즌뱅크쉐어도 "미 재무부의 투자에 관심이 없다"고 표명했다. 이 회사의 대변인은 "우리는 TARP 자금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현금 보유 비중은 높아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다"고 못박았다.


전날 장 마감 후 켄사스의 UMB파이낸셜 역시 "공적자금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UMB파이낸셜의 주당순익은 올해 37%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는 올들어 20% 올랐다.

CNN머니는 "앞으로 이런 은행들이 속속 늘어날 것"이라며 "허드슨시티처럼 보수적인 대출 기준을 적용한 은행들이 공적자금을 거부한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고 전했다.

월가에서 '초우량' 은행으로 통하는 허드슨시티는 올해 주당 순익이 60% 오를 것으로 보인다. 주가는 올들어 27.5% 뛰었다.

◇ 도이체방크 "공적자금은 수치" = 최근 독일에서는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정부와 대립하고 있다. 요제프 애커만 최고경영자(CEO)는 2일 "정부의 공적자금을 신청할 계획이 없다"면서 "우리는 튼튼하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는 3분기에 4억1400만 유로의 순익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74%나 줄었지만 여전히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굳이 정부에 손벌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날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금융시장의 위기를 맞아 정부가 신속히 대책을 내놓은 만큼 은행들도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들의 공적자금 신청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애커만 CEO는 "공적 자금을 받는 것은 '수치'"라로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공적자금을 거부하는 것은 정부의 돈이 당장은 도움이 되지만 이미지가 실추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여론의 질책과 그에 따른 경영 간섭도 부담이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총 5000억 유로(약 6370억 달러) 규모의 금융기관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공적자금을 신청한 곳은 바이에른란데스방크와 히포리얼에스테이트 두 곳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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