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정치권 탓 G-20 회의 참석 못한다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11.0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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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국회 대정부 질의 참석요구

강만수, 정치권 탓 G-20 회의 참석 못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8~9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정치권이 대정부 질의에 참석해야 한다는 이유로 강 장관의 출국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4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강 장관은 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5일 브라질로 출국해야 하나 여야 정치권의 반대로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은 지난 3일부터 국회 대정부 질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강 장관이 자리를 비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강 장관에게 전달했다. 야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에서도 강 장관 없이 경제분야 대정부 질의를 진행하기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모 야당 의원은 강 장관이 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 때문에 대정부 질의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고 밝히자 "국회를 우습게 여기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 한나라당 의원은 "경제분야 대정부 질의가 예정된 기간에 해외에 나가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는 후문이다.



강 장관은 여당 의원조차 자신의 출장을 반대하자 정치권에 "정 그렇다면 G-20 재무장관회의에 불참하고 대정부 질의에 참석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G-20 재무장관회의 차기 의장국으로 이번 회의를 공동 주재해야하는 자리에 있다. 특히 장 장관의 회의 불참으로 앞으로 전개될 G-20 중심의 국제공조에서 우리나라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앞장서서 G-20 중심의 글로벌 공조를 강조해왔는데 정치권 요구로 강 장관이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또 "특히 오는 15일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번 재무장관 회담이 중요한데 국제공조 협의에서 우리나라가 소외될까 걱정"이라며 "우리나라가 공동 의장국인데 참석을 약속하고 돌연 불참한다면 국제 외교관례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재정부의 한 간부는 "국제적인 정책공조를 논의하는 중요한 회의인데 장관이 참석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정치권도 비상 국면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는데 숲은 외면하고 나무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강 장관은 지난달 11일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신흥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선진국으로 전이되는 리버스 스필오버(역전이) 현상을 감안할 때 선진국간에 이뤄지고 있는 통화스와프 대상에 신흥국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이 고안해낸 '역전이 현상'은 우리나라의 국가부도 우려를 벗어나게 한 3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에 중요한 이론적 바탕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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