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숨 죽인 美증시 '옆걸음'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11.0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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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마감]나스닥만 강세..제조업지수·자동차판매 '최악'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미 증시가 '숨고르기'끝에 보합권에서 장을 마쳤다.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5.18포인트(0.06%) 하락한 9319.83을 기록했다. S&P500 지수도 2.45포인트(0.25%) 떨어진 966.30으로 장을 마쳤다. 반면 나스닥 지수는 5.38포인트(0.31%) 오른 1726.33으로 마감했다.

지난주 후반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던 뉴욕증시는 장 초반부터 보합권에서 오르내림을 반복했다.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 감소세가 26년래 최고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부담이 됐다. 그러나 달러 리보 금리가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최저점으로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회복되면서 투자심리가 안정세를 찾아갔다.



오후 들어 제너럴 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지난달 판매가 2차 대전이후 최악 수준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경계매물이 늘어나 약 보합권에서 장을 마쳤다.

장마감 직전 등락폭이 커지긴 했지만, 이날 하루 다우 지수는 130포인트내에서 움직여 지난달 장중 평균 등락폭 594포인트를 크게 밑돌았다.
투자자들이 '빅 이벤트'를 앞두고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점이 '소강상태'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퍼시픽 그로스 이쿼티 펀드의 공동대표 스티븐 매소카는 "증시의 소강국면은 투매 이후 바닥을 모색하는 과정을 반영한다"며 "투자자들은 선거 이후까지 과감한 베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자동차 판매 '전후 최악'

미국의 자동차 판매가 2차 대전 이후 최악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GM주가가 2.42%, 포드도 2.7% 내려서면서 관련 종목 약세를 이끌었다.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 GM은 이날 지난달 미국내 판매실적이 16만8719대에 그쳐 전년 동기대비 45.1% 감소했다고 밝혔다.

승용차 판매는 34.3% 줄어든 7만3466대를 기록한 반면 경트럭 판매는 전년대비 51% 급감한 9만7119대에 그쳐 유가급등으로 인해 연료 효율이 낮은 경트럭 판매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GM의 판매 부문 책임자 마크 라네브는 "인구증가를 감안하면 지난달 판매실적은 2차대전이후 최악"이라고 말했다.

GM은 경영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크라이슬러와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으나 미 재무부로부터 100억달러 지원을 거부당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미 2위 자동차 업체 포드 역시 지난달 판매가 13만2838대에 그쳐 전년 동기 3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GM과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는 도요타의 판매도 23% 줄어든 15만2101대에 그쳤다.

미 자동차 시장의 위축으로 현대자동차 (288,500원 ▲7,500 +2.67%) 미 판매법인(HMA) 역시 지난달 미국내 판매 실적이 2만82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1% 감소했다.

이밖에 세계 2위 유전 개발업체 핼리버튼은 골드만삭스의 투자 의견 하향으로 7.2% 급락하며 에너지 업종 약세를 주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유가하락 위험과 주식 고평가를 이유로 핼리버튼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 2위 민간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 역시 골드만삭스의 매도 의견으로 약세를 보였으나 종가는 0.82% 상승에 성공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잉 주식을 '확신매도'(conviction sell)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반면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은 와코비아의 투자 의견 상향으로 3.9% 뛰었다. 와코비아는 이날 투자 의견 상향과 함께 버라이즌 주식을 경기 후퇴기의 안정적인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는 '안전한 자산 도피처'(safe heaven)로 지목했다.

◇ 유가 또 급락, 달러는 강세

미국의 제조업 경기 악화와 이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로 국제유가가 또다시 급락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3.90달러(5.8%) 급락한 63.91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지난달 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가는 장중 약세를 지속했다.
지난 한달동안만 32.6% 급락한 국제유가는 지난주에는 6% 반등한채 마감했으나 경기지표 악화로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유로존 금리인하가 임박했다는 인식과 엔 캐리 트레이딩 확산으로 달러가치가 유로 및 엔화 대비 강세를 보였다.

3일(현지시간) 오후 3시38분 현재 유로/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0.80센트(0.63%) 하락(달러가치 상승)한 1.2645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파운드 환율은 1.49% 급락했다.

미국의 제조업 경기 악화에도 불구,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오는 6일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로 및 파운드 약세를 지속시켰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0.60엔(0.60%) 상승(엔화가치 하락)한 99.06엔에 거래됐다.

◇ 신용경색, 눈에 띄게 완화, 제조업 경기 '26년래 최악

영국 은행연합회(BBA)에 따르면 이날 3개월물 달러 리보는 3.03%에서 2.86%로 17bp 하락했다. 이는 9월15일 리먼 파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루짜리(오버나잇) 달러 리보 금리는 0.41%에서 0.39%로 2bp 떨어졌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목표 금리를 61bp 밑도는 수준이다.

10월 ISM 제조업지수는 전월의 43.5에서 38.9로 하락했다. 이는 1982년 이후 저점이자 블룸버그통신 전문가 예상치 41.5를 밑도는 수준이다.

ISM 제조업지수는 50을 기준으로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이하면 경기 위축을 각각 의미한다.

주택가격 하락으로 촉발된 신용시장 불안이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 소비 위축은 한단계 더 나아가 제조업 수요 감소로 연결되고 있다.

미국의 9월 건설 지출은 예상을 소폭 상회했다. 미 상무부는 9월 건설 지출이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통신 전문가 예상치 0.8% 감소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상무부는 앞서 직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던 것으로 발표했던 8월 건설 지출은 0.3% 증가한 것으로 수정 발표했다.

공공 건설 지출이 지난해 2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하며 민간 부문 건설 지출 감소 속도를 크게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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