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감소폭 '사상최대'=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08년말 10월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122억5000만 달러로 한달 새 274억2000만달러 줄었다. 월간 감소폭은 사상 최대 규모다.
그러나 국내 외화자금시장 불안을 진정하기 위해 외화유동성 공급을 늘린 데다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등의 약세로 이들 표시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 역시 역대 최대 폭 감소하면서 외환보유액이 급감했다.
한은과 정부는 지난 9월15일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글로벌 신용경색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10월 들어 외화유동성이 부족해지자 시장에 달러를 풀기 시작했다. 한은은 지난달 21, 28일 2회에 걸쳐 경쟁입찰방식의 스와프거래를 통해 27억달러를 공급했다. 오는 4일에도 20억 달러를 같은 방식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정부는 스와프시장을 통해 100억 달러, 수출입은행을 통해 50억 달러를 각각 공급했다. 또 한은과 함께 스와프시장 및 수은을 통해 추가로 300억 달러의 외화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하고 지난달 하순부터 자금공급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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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 달러선은 유지" = 김윤철 한은 국제기획팀장은 "은행의 단기 외화차입이 크게 감소하면서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외채도 지난 6월말 2223억 달러에 비해 200억달러 상당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일부 은행의 경우 외화자산이 증가하는 등 외화자금 사정에 다소 여유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10월 중 외환보유액이 상대적으로 큰 폭 줄었지만 현재 외환보유액 규모는 긴급 시 대외지급 수요를 감내하는 데 부족하지 않는 수준으로 대외신인도를 유지하는데 무리가 없다"며 "앞으로 외환보유액 규모가 2000억달러 아래로 내려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은행들의 1년 만기 내 외채상환비율, 즉 유동외채비율이 10월말 현재 90%안팎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11월 전망은 '안개속' = 한은은 자금시장의 경색이 다소 풀린다면 외환보유액 감소 압력은 상당 폭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일단 다음 주 미국과의 통화스와프계약 발효로 300억 달러를 더 쓸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근철 한은 국제조사팀 차장은 "11월 전망은 현재 상황에서 단정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해외차입 여건이 좋아지고 있는 등 다양한 요인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대만(2811억달러)에 이어 세계 6위를 유지했다. 외환보유액 상위 10개국 중 중국, 브라질, 홍콩, 독일 등을 제외하고는 9월 중 외환보유액이 모두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