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기업, 넘어지지 않는 '2인3각' 만들라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8.11.0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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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함께 쓰는 우산' (3) 새로운 공존해법 찾는 은행·기업

- 대출 출자전환 등 금융구조 질적 변화 모색
- 기업도 열린 마음으로 손잡는 자세 바람직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국내에서 자금난을 호소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고전하는 건설업계뿐 아니라 일반 제조업체들도 흑자도산이 우려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도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돈(金)을 흐르게(融) 한다'는 금융기관의 기능이 약화할 때 생겨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은행을 탓하는 이도 적잖다. 외환위기, 신용위기 때 은행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랴부랴 기업 여신 회수에 나선 장면이 우선 연상된 탓이다.



그러나 은행들이 예전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사실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은행들은 여건이 어려운 기업들의 대출 회수를 자제하고 만기를 연장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은행장들은 최근 도시락을 싸들고 전국 영업점을 돌면서 "기업들에 피해가 가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강정원(국민)·이종휘(우리)·신상훈(신한)·김정태(하나)·윤용로(기업) 행장은 지난달말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회의 직후 "내년 6월 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중소기업대출의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스스로 연봉의 10~20%를 삭감하는 등 영업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제고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또 은행장들은 중소기업과의 상생경영 의지를 강조한다. 강정원 행장은 3일 창립 7주년 기념사에서 "이기적이 아닌 상생과 공존의 경영을, 단기적이 아닌 미래 지향적 경영을 통해, 새로운 경제 및 금융질서를 재구축하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은행들은 중소기업들에 저금리대출을 하거나 환율 및 원자재값 급등 등으로 일시적으로 경영난을 겪는 곳에 원자재 구입대금 및 매출채권 유동화자금을 우선 지원한다.

국민은행은 중소기업들의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도록 금융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고 우리·신한·하나은행은 중소기업 대책반을 가동한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중소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도 이를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경남·광주·부산 등 지방은행들도 지역내 기업들을 지원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은행들이 기업과 '2인3각 플레이'를 강화하는 추세지만 제대로 된 상생모델을 만들려면 금융구조의 질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기관들이 맞닥뜨린 현실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언제까지 희생만 강요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기업뿐 아니라 은행들도 최근 유동성 부족을 거론할 정도로 어려움이 컸다. 외화유동성은 한국은행의 보증으로, 원화유동성은 은행채 매입으로 해결했다. 은행들은 투자시장으로 떠난 자금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저축은행 못지 않은 금리를 제공, 원가부담이 커진 상태다. 더구나 대출 연체율은 높아지는 추세다. 곳간이 줄어드는데 기업들에 운영자금을 평소처럼 지원하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금융계 일각에선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출자전환하는 것도 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유망한 중소기업에는 대출과 동시에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으로 지분을 갖는 것이다. 이는 메자닌파이낸싱을 조금 변형하면 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기업들이 보다 열린 마음으로 은행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금융과 실물경제의 복합불황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자산은 금융기관들이 확보하고, 기업들은 지분을 내놓거나 경영의사 결정에 은행들을 참여시키는 방식이 큰 성과를 거뒀다.

경영난을 겪던 스포츠 소매점뿐 아니라 초밥체인, 헤어숍 등에서도 금융과 기업의 제휴가 성공했다는 대목은 국내 금융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고무된 대기업들도 중동지역 투자자들과 이같은 형태의 제휴를 모색하는 등 일본형 투자은행(IB)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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