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집·이발소도 살린 오릭스의 '재생형 투자'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08.11.04 09:48
글자크기

금융위기 '함께 쓰는 우산' (3) 새로운 공존해법 찾는 은행·기업

일본의 오릭스는 자동차리스 전문회사로 출발해 일본 굴지의 투자기업으로 성장했다. 오릭스는 1964년 설립돼 기업융자, 렌탈, 생명보험, 증권, 투자은행, 부동산 등의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일본경제가 금융과 실물경제의 복합불황에 빠져있던 99년에는 오릭스부동산㈜을 설립, 저가로 확보한 부동산사업을 강화했다. 아울러 부실기업 등의 채권회수업무를 전문으로 처리하는 채권회수업에 뛰어들면서 투자은행본부를 설치했다.



오릭스는 유망한 중소기업이나 투자처를 발굴해 경영노하우를 전수하면서 해당 기업의 수익성을 빠른 시간 내 개선해 이익을 회수하고 있다. 이른바 '기업재생형 투자사업'이다. 유망하지만 유동성 부족 등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금과 경영컨설팅을 제공한 뒤 수익을 거두고 있다.

초밥체인점인 '니기리초지로' 투자가 대표적이다. 오릭스는 2004년 불고기·회전초밥 등 7개나 된 '니기리초지로'의 업태를 전문 일식집 1개로 단순화하며 점포수를 줄였다. 물류 아웃소싱에 따른 물류비 삭감 등의 비용 절감과 함께 성과급 상여제도를 도입, 종업원들의 의욕을 북돋아줬다. 그 결과 투자 3년 만인 2006년 경영정상화를 이뤄냈다.



'QB넷'이라는 저가 이발체인점에 자금을 지원한 것 역시 오릭스만의 투자노하우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꼽힌다. QB넷 경영진은 기업공개(IPO)를 위해 경영파트너를 찾던 중 오릭스와 접촉했다. 오릭스의 경영컨설팅을 받은 QB넷은 간이이발소 브랜드 'QB하우스'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초스피드 이발'을 내세워 역 구내 등에 점포를 확대, 일본 샐러리맨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탓이다.

이 과정에서 오릭스는 QB넷 지분 100%를 확보한 뒤 25%를 고령의 경영진에게 양도해 '윈윈'하는 전략을 세웠다. 인구고령화와 함께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경영승계 문제를 원활히 해결해주고 수익을 올린 셈이다.

오릭스는 이처럼 일본경제가 장기불황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스포츠용품 기업이나 외식업체 등 중소기업을 매수하거나 자금을 지원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뒀다. 이는 오릭스만의 금융노하우와 사업화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90년대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경제는 침체에 허덕였지만 오릭스는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며 지난해에만 1965억엔의 순익을 달성했다. 2003년 대비 6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