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D-1]매케인, '쇠고기 벨트'마저 잃었다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08.11.0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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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태나 '격전지'로…매케인 펜실베이니아에 '올인' 승부수

백악관을 향한 존 매케인의 꿈이 또 한 걸음 멀어졌다. 압도적인 지지율차로 뒤지고 있는 매케인은 '막판 뒤집기'를 호언장담했지만 정작 텃밭으로 여겼던 몬태나마저 잃을 처지가 됐다.

CNN이 1일까지의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오바마 후보는 당선에 필요한 과반수(270명)를 훌쩍 넘는 291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반면 존 매케인 후보는 직전 조사 대비 3명이 줄어든 157명의 대의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브래들리 효과'(흑인후보 기피)나 '언더독 효과'(불리한 후보 지지)보다는 오바마의 '대세론'이 더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매케인 지지' 성향을 보이다 이번 조사에서 '격전지'로 분류된 몬태나주는 이번 대선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너지는 '쇠고기 벨트'…콜로라도·미주리·몬태나
지난 2일 CNN과 NBC는 나란히 몬태나주를 '매케인 우세지역'에서 '경합지'로 새로 분류했다. 텍사스, 오클라호마, 와이오밍 등과 함께 이번 선거기간 내내 매케인이 압도적인 우위를 지켜왔던 몬태나가 '경합지'로 분류된 것은 처음이다.



미국에서 4번째로 큰 몬태나주는 북서부에서 로키산맥, 캐나다 국경과 맞닿아있다. 광활한 평원과 황무지가 전부여서 주의 별칭도 '빅 스카이'(Big Sky)다. 제5차 한미 FTA협상이 열렸던 대표적인 소고기 산지 몬태나는 '쇠고기 벨트'(Beef Belt)에 속한 다른 주와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공화당 표밭이다.

지난 반세기동안 몬태나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예는 단 두차례 밖에 없었다. 특히 조지 부시 대통령이 2000년, 2004년 대선에서 상대 후보를 무려 20~25%p 차로 압승했던 지역이어서 매케인 후보는 별다른 공을 들이지도 않았던 터다.

공화당에게 '쇠고기 벨트' 지역의 붕괴는 특히 뼈아프다. 백인과 노년층 비중이 높고 한미 FTA의 최대 수혜자인 미 중서부의 쇠고기 벨트는 공화당의 핵심 지지기반이다. 과거 노예제의 혜택을 입었던 부유한 백인 지주들이 공화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왔다.


이때문에 '쇠고기 벨트'는 과거 대선 때마다 공화당을 상징하는 붉은색을 띠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양상이 다르다.

부시 대통령이 두번의 선거에서 27%p차 압도적 승리를 거뒀던 노스다코타가 '경합지'를 상징하는 노란색으로 바뀌었고, 미주리도 경합지가 됐다. 콜로라도와 아이오와는 오바마로 우세가 기울었다.



선거 막바지 몬태나주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쇠고기 벨트'가 무너지는 일련의 과정이 분명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오바마, '풀뿌리 조직'으로 적 텃밭에 표 심기
몬태나 지역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대선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오바마가 단지 경제위기라는 호기를 맞은 행운아일 뿐만 아니라 '풀뿌리 조직'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장기간 공을 들여 확실한 우세를 점했음을 알 수 있다.

민주당 소속인 브라이언 슈와이처 주지사의 전폭적인 지원도 힘을 보탰지만, 오바마를 지지하는 1만40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주축이된 '풀뿌리 조직'이 지난 4개월여간 쏟은 노력이 결실을 빚고 있다.



오바마의 선거캠프는 6월말부터 몬태나에서 조직적인 선거운동을 전개했다. 유급 선거운동원만 40명, 자원봉사자 1만4000여명이 투입돼 전 지역 60여곳에서 '민주당 성향'으로 간주되는 유권자들을 설득해 투표소로 인도했다.

조기투표에서 전국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중이 높았던 데는 이같은 풀뿌리 조직의 활동이 영향을 미쳤다. 연방 정부의 선거보조금을 받지않고 개인들의 소액 기부금만으로 여유있게 실탄을 쌓은 오바마 진영은 공화당이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몬태나에서 변화를 일으켰다.

매케인은 몬태나에 유급 선거운동원을 단 한 명도 배치하지 않았고 이 지역을 직접 방문해 선거운동을 벌어지도 않았다. 단지 공화당 지역본부가 그를 대신해 일을 했을 뿐이다.



공화당이 격전지를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진행하는 동안 오바마의 풀뿌리 조직은 공화당의 텃밭에서 자칫 투표를 포기해버렸을 지도 모를 잠재적인 '표'를 키웠고, 그 결과 몬태나지역의 등록유권자수는 10%나 늘었다.

공화당이 240만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으는 동안 민주당은 세 배에 달하는 650만달러를 모금하는 저력도 발휘했다.

이쯤 되자 공화당은 유급 선거운동원수 20명을 배치하고 수천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오바마는 CNN의 지난 1일 조사에서 드디어 처음으로 매케인을 1%p 차로 앞서는 데 성공했다.



◇매케인, 마지막 보루 펜실베이니아에 '올인'
이같은 비상시국에 매케인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는 지금 펜실베이니아와 뉴햄프셔에 '올인'하는 중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곳을 잃으면 승리할 가능성은 '제로'이다.

CNN이 '경합지'로 분류한 인디애나, 노스다코타, 미주리,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플로리다, 몬태나를 비롯해 오바마로 다소 기운 네바다에서 매케인이 모두 승리한다고 해도, 그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252명에 불과하다.

펜실베이니아의 선거인단 21명을 가져와야만 과반수인 270명을 확보해 승리할 수 있는 매케인으로서는 90대 10으로 지든 51대 49로 지든 결과는 같은 셈이다.



그러나 네바다(선거인단 5명)가 현재 여론조사 양상처럼 오바마의 승리로 돌아갈 경우, 매케인은 뉴햄프셔(4명)를 차지해야만 과반수를 유지할 수 있다.

뉴햄프셔는 공화당 당내 경선에서 마이크 허커비에 밀려 4위에 머물던 존 매케인에 37.2%의 압도적인 지지를 몰아줘, 그가 대선후보로 선출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던 지역이다. 반면 민주당 경선에서는 당시 3위까지 쳐졌던 힐러리에게 승리를 안겨줘 오바마를 고전하게 만들었다.

매케인으로서는 경선에서 일어났던 기적이 다시 재현되기를 막연하게나마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펜실베이니아와 뉴햄프셔에서 선거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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