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의 회사채 흥행카드

더벨 김은정 기자 2008.11.0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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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SKT와 합병 검토하오니…" 회사채 발행 성공할까

이 기사는 10월31일(11:2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성경에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글귀가 있다. 너무나 익숙한 이 문구에 대한 역발상이 채권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 또한 알게 하라는 것. 역발상의 주인공은 SK브로드밴드다.



지난주 채권시장에는 회사채 발행 안내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장기적으로 SK텔레콤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으니 검토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SK브로드밴드 회사채 발행 안내가 바로 그것이다.

대개 기업간 합병 등의 이슈는 쉬쉬하며 조심스럽게 다뤄지기 마련이지만 요즘 채권시장에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금융불안에 대한 경계 심리가 가라앉지 않아 회사채 발행과 유통시장은 마비 상태다. 크레디트물(비정부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져 신용등급이 우량한 기업들의 차환발행마저도 쉽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브로드밴드와 그 지분 43.42%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SK텔레콤과 합병설은 회사채 발행에 호재 중의 호재다.

SK브로드밴드의 신용등급은 A+. SK텔레콤의 신용등급은 AAA다. 두 기업의 합병이 실제로 성사될 경우 A+인 SK브로드밴드의 신용등급은 단번에 AAA의 초우량 등급으로 변모한다. 결국 SK브로드밴드 회사채 투자자들은 말할 수 없이 좋은 기회를 차지한 셈이 된다.

투자심리가 위축될 대로 위축돼 있는 회사채 시장에서 발행사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호재를 앞세워야 하는 판국이다.


SK브로드밴드 측도 회사채 발행 시기와 맞물려 채권시장에서 다시금 불거진 합병설이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회사 측 한 관계자는 “합병 관련 문제는 그룹 차원에서 고민할 문제”라며 “채권 시장이 메말랐지만 차환 물량이기 때문에 사전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충분히 롤오버(만기연장)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접 합병을 입 밖에 꺼내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내심 시장에 떠도는 합병설이 좀 더 확산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실제 모 증권사는 지난주에 3년 만기1000억원 안팎 규모의 SK브로드밴드 회사채에 대한 시장 동향을 파악했지만 이번 주 들어서는 3년 만기 1500억원 정도로 발행 규모를 확대해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하나로텔레콤에서 SK브로드밴드로 사명이 바뀌고 난 뒤 첫 발행이기 때문에 추진 상황이 좀 더 구체화돼야 시장 반응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면서도 “SK계열사 편입으로 최근 신용등급이 오른 데다 합병설도 언급돼 과거에 비해 회사채 발행에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 (4,015원 ▼100 -2.4%) 회사채가 실제로 흥행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회사채 시장은 극도의 경색을 겪고 있다. 국민연금의 채권매입 수요에 따른 은행채와 공사채 일부를 제외하면 회사채에 대한 ‘사자’ 수요는 사라진 지 오래다.

자산운용사 한 채권운용역은 “근래 크레디트물 매수는 고려하지 않는다”면서 “합병설이라는 호재가 현재 시장의 위기 상황을 압도하기는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수익성 보다는 유동성을 좇는 게 요즘 추세란 설명이다.

생명보험사 한 채권매니저도 “확실한 사실이 아니면 움직이기 힘든 장세”라면서 “간헐적으로 발행에 성공하는 기업들은 운이 좋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SK브로드밴드의 은밀한 바람이 채권시장을 움직이는 하나의 '사건'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SK브로드밴드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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