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3Q 성적표에 바빠진 금융권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8.11.0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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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매입, 루머진화 등 진화책 마련에 분주

금융지주사들이 발표한 3분기 실적 성적표는 예상대로 초라했다. 은행을 바라보는 시장의 눈이 심상치 않자 은행들은 각종 자구책을 펼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3분기 성적표 '울상'=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5680억원으로 6000억원을 넘을 거라는 시장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 자회사인 국민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28.6% 줄었다.



하나금융지주의 사정은 더 나빴다. 키코 피해로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는 태산LCD 관련 대손충당금을 반영한 결과 당기순이익은 적자(-733억원)를 기록했다. 8년만에 처음이다.

리먼 사태 여파로 신한금융지주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38.3% 감소한 3233억원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도 전분기 대비 56.6% 감소한 2143억원의 이익을 냈다. 실적 발표를 남겨둔 우리금융지주 순이익은 4000억원대일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연체율은 일제히 상승했다. 국민은행은 전분기 대비 0.11%포인트 오른 0.68%, 신한은행은 0.02%포인트 오른 0.69%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0.88%로 0.1%포인트 올랐다.

자기자본 대비 위험자산 비중으로 자본건전성의 지표가 되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하락세다. 국민은행은 9.76%로 전분기 대비 약 3%포인트 떨어졌고 신한은행도 11.9%로 0.6%포인트 하락했다. BIS비율을 산출중인 하나은행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발등에 불= 실적 발표 다음날 KB지주 주가는 전날 대비 8.57%, 신한지주 주가는 5.15% 빠져나갔다. 하나지주 주가도 실적 발표 이후 5.21% 하락했다.


정부가 은행의 외화차입을 지급보증키로 하고 한미간 통화스와프협정이 체결되는 등 호재는 뚜렷하지만 은행들은 시장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한 진화책 마련에 분주하다.

주가 부양을 위한 지주사 수장들의 자사주매입은 이미 진행 중이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9월에 2000주를 취득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 5000, 30일 3000주를 추가로 샀다. 경영진들도 자사주매입 운동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도 지난달 28일 자사주를 5000주 취득해, 보유주식수를 16만9000주로 늘렸다. 김병호 하나금융지주 부사장과 이성규 하나은행 부행장 등 전체 임원진도 자사주 5만여주를 매입했다. KB지주도 전체 임직원 급여의 일부를 출연, 자사주를 매입하는 '자사주 갖기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최근 급속도로 퍼지는 은행권 관련 루머들도 골칫거리. 'A은행 부도 위기' '키코 피해 은폐설'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은행들은 소매를 걷어붙였다.

이번 실적에서 유일하게 적자를 낸 하나금융은 "태산LCD 관련 손실예상금액에 대한 충당금을 외부회계법인의 검토를 받아 전액 적립했다"며 "투명경영을 통해 부정적인 시장의 소문을 불식하려고 했다"고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이번에 키코 손실을 반영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신을 낳을 수 있다는 배경에서다.

이종휘 우리은행장도 전국 지점을 순회하며 자구노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긴축경영과 금융위기 타개책을 설명하며 경영현안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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