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원화유동성비율 맞추려 외화차입

더벨 황은재 기자 2008.11.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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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차입해 원화로 바꿔… 결국 외화유동성 악화 불러

-외화유동성 이용해 원화유동성 맞춰..스왑 거래로 원화조달
-현재 유동성비율, 단기지표에 불과..중장기 유동성 분석해야

국내은행들이 원화유동성비율을 지키기 위해 파생금융상품까지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채와 CD 발행이 막히고 MMDA 등의 단기금융상품 어려워지자 외화를 단기로 차입해 스왑시장에서 달러를 주고 원화를 구해왔다.



이 때문에 원화유동성비율이 은행의 유동성 위험을 판단하는 자료로 이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한국은행이 지적했다. 은행들이 보다 중장기적이며 구조적인 측면에서 유동성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것으로 은행채와 CD 발행부터 줄여라는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원화유동성비율 산정 기준을 3개월에서 1개월로 완화한 것과 배치되는 입장이다.



◇ 원화 부족한 은행, 달러주고 원화 사왔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은행은 과거 수년간 110%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유동성비율을 관리해왔지만 지난해 10~11월중에는 규제비율인 100%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유동성 비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유동성비율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안정적 자금조달 수단으로 인정돼 유동성비율 제고효과가 있는 MMDA를 단기간에 고금리로 적극 유치하는 임기 응변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유동성비율을 맞추기가 어려워지자 은행들은 스왑시장도 이용했다.


한은은 "은행들은 달러를 주고 원화를 받는 셀&바이(Sell&Buy) 거래 등 파생상품 거래를 일시적으로 크게 늘려 원화유동성 비율을 제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중 은행들이 스왑 거래 등 파생상품을 통해 조달한 순자산 증가분이 1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후 올해 2월과 3월, 4월에도 파생상품 시장을 이용해 원화유동성 비율을 조정했다.

스왑시장을 이용해 원화를 조달할 경우, 원화유동성비율은 확대되지만 외화유동성 비율은 줄어든다. 그러나 외화유동성비율 지도 기준이 85%로 낮아 100%에 근처에서 운용하고 있는 은행들이 스왑시장을 이용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스왑시장에서 3개월만기로 셀&바이 스왑을 할 경우 원화유동성비율은 늘어나지만 외화유동성 비율은 줄게 된다"며 "규정이나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편법적인 성격"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스왑시장 등을 통한 원화자금 조달은 긴급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원화유동성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공시를 해야한다"며 "이 경우 평판위험에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파생상품 시장을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원화유동성비율.."중장기 유동성 위험 대응에 한계"

한은은 은행들이 파생상품이나 MMDA 등 단기 고금리 상품을 이용해 원화유동성 비율을 맞추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임기응변적 관리행태는 위기 상황시 금융시장의 가격 변수를 왜곡하거나 변동성을 높여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단기 유동성비율 수준만으로는 유동성 위험에 대한 대응능력이나 위험 정도를 정확히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유동성비율 외에도 필요지급준비금, 콜차입 등을 포함 단기 자금 과부족 규모, 유동성갭 등을 주요한 유동성지표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들 지표가 주로 단기 유동성 수준의 측정과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중장기적이며 구조적인 유동성 관리에는 다소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유동성비상계획(Contigency Plan)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은행들이 3단계로 위기 단계를 구분해 각 단계별로 유동성 비율 등의 위기 경보지표 수준을 정해 위기대응조치를 실시토록 하고 있지만 비상자금조달계획 등 대응 조치의 실효성, 스트레스 테스트와의 견계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또 "대출 약정 등의 부외 거래나 파생거래에 따른 유동성 위험요인도 스트레스 테스트에 보다 충실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 "중장기 유동성 위험 관리 해야"..은행채 발행 자제 권고

한은은 금융시장 경색과 금융회사들의 시장성 자금 조달이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은 유동성 위험 관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단기적인 유동성 위험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자금조달 운용 구조의 안정성과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동성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수신 상품을 개발해 안정적 자금 조달원을 확충하는 등 수신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은행채와 CD 발행을 통한 시장성 자금 조달을 줄여라는 것이다.

유동성관리 기법에서도 "유동성 위험와 관리 및 대응이 미숙할 경우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이 양호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유동성 분석기법을 고도화하고 유동성 비상 계획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한편, 금융경제여건의 변화 등을 충실하게 반하는 정교한 스트레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감독당국 역시 은행의 유동성 위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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