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은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의 폭락장이었던 1973년, 그의 영구편입 종목인 '워싱턴 포스트'를 매집했다. 1987년 10월의 '블랙먼데이'때는 코카콜라를 대거 매집했다. 1100만달러를 투자했던 워싱턴 포스트는 30여년이 지나 14억달러로 늘었고, 13억달러를 투자한 코카콜라의 가치는 20년 후 120억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버핏이 공포를 딛고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 수백억달러의 자산을 모았듯 지금은 투자자들에게 큰 기회일 수 있다. 증시 폭락으로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된 종목들이 넘치고 있기 때문이다.
◆싸면서도 돈 잘버는 기업이라면
버핏은 ▲내가 잘 이해하는 업종이고 ▲장기전망이 좋고 ▲능력 있는 경영진이 포진해 있고 ▲가격대가 적정한 기업을 최고의 투자종목으로 꼽는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버핏처럼 복잡한 분석을 하기는 어렵다. 장기전망과 경영진의 능력 파악을 정확히 할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일반투자자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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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전문가들은 일단 수익성과 순자산 가치 대비 주가가 낮은 기업이라면 지금 같은 장에서도 베팅을 해볼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 내년 이후에도 수익성이 좋을 수 있는 기업을 골라야 한다. 실제 PER(주가수익배율) 2배가 안되는 종목들 중 올해나 내년 실적을 적용한 예상 PER 값은 껑충 뛰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실적 기준 PER가 아니라 올해와 내년 등 앞으로 실적을 대입해 PER 배수를 구해야 옥석을 가릴 수 있다는 얘기다.
청산가치가 높은 저 PBR(주가순자산배율) 주식들도 약세장의 단골 관심대상이다. 최악의 경우 당장 청산하더라도 남는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저(低)PBR 주식 투자에도 함정은 있다. 경기하강 국면에서 기업이 보유한 자산 가격이 자산 디플레이션으로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재무적 건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ROE(자기자본이익률)의 개선정도가 꾸준한 기업들 가운데 투자종목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대신증권은 지난해뿐 아니라 올해와 내년 ROE가 20% 내외인 KT&G (122,000원 ▲2,500 +2.09%), LG (74,900원 ▼300 -0.40%), 현대모비스 (254,500원 ▲10,000 +4.09%), 아모레퍼시픽 (116,600원 ▼6,500 -5.28%), 에스원 (64,700원 ▼1,000 -1.52%)을 지금 사서 묻어둘 종목으로 꼽았다.
패닉상태의 증시다 보니 PER와 PBR가 턱없이 낮은데다 ROE마저 높은 기업들도 적지 않게 나온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텔레칩스 (11,910원 ▼800 -6.29%)는 2008년 예상실적 기준 PER 1.70배, PBR 0.52배에 ROE가 31.68%나 된다. 금호석유 (113,000원 ▼8,000 -6.61%)도 PER 1.79배, PBR 0.37배에 ROE가 21.39%다. 2009년 기준 ROE도 텔레칩스는 27.35%, 금호석유는 21.13%다.
KB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193,900원 ▼100 -0.05%)은 2009년 예상실적 기준 ROE가 40%를 넘는다. 예상 PER와 PBR는 각각 3.3배와 1.1배 수준이다. 2009년 예상 PER와 PBR가 각각 3.2배와 0.8배인 현대해상의 예상 ROE도 26.1%다.
삼성증권이 꼽은 장기보유종목 중 포스코 (311,500원 ▼8,500 -2.66%)와 SK에너지 (108,500원 ▼2,600 -2.34%)도 2009년 예상 PBR가 0.8배 수준이지만 예상 PER는 각각 4.1배와 4.0배에 불과하다. 심지어 한국증시의 대장주 삼성전자 (55,000원 ▼2,000 -3.51%)도 2009년 예상실적 기준으로 PER 11.0배, PBR 1.3배에 불과하다. LG전자 (89,900원 ▼1,300 -1.43%) 역시 예상 PER 8.8배에 PBR 1.4배 정도로 주가가 내려온 상태다.
◆은행이자보다 높은 배당까지…
연말에 주목받는 배당주도 하락장에서 좋은 투자처다. 대세상승기엔 웬만해서 예금이자율을 웃도는 배당을 하는 종목을 찾기 힘들지만 증시가 폭락하면 이런 종목들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지금 같은 장에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배당주들에 관심을 갖는 것도 활용 가능한 방법이다.
이익 증가율이 높으면서 저평가된 주식 중 배당수익률이 국고채 수익률 이상인 종목들은 은행에 넣어뒀다고 생각하고 잊어도 좋은 종목들이다. LIG투자증권은 STX팬오션 (3,520원 ▼100 -2.76%) 현대중공업 동국제강 (7,760원 ▼130 -1.65%) 대한해운 (1,778원 ▼63 -3.42%) CJ홈쇼핑 (54,500원 ▼3,300 -5.71%) 웅진씽크빅 (1,689원 ▼89 -5.01%) 등을 이런 종목으로 꼽았다.
상반기 실적호전주 중 재무구조가 우량하고 올 예상 시가배당률이 6%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도 사볼만한 종목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휴스틸 (4,240원 ▼30 -0.70%) 세아제강 (192,200원 ▲2,900 +1.53%) 대동스틸 (3,665원 ▼115 -3.04%) 세진티에스 (2,450원 ▼100 -3.92%) 세종공업 (4,250원 ▼105 -2.41%) 동국제강 삼익THK (8,800원 ▼260 -2.87%) 등을 이런 종목으로 추천했다. 특히 휴스틸은 최근 3년간 연평균 배당수익률이 27%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