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경제위기" 공감해도 해법은 '180도'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10.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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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비교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이어졌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대표연설을 통해 지금이 '위기'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하지만 의견 일치는 여기까지였다. 위기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크게 달랐다. 진단이 다르니 내놓은 처방도 천양지차였다.



◇위기의 원인은?= 한나라당은 위기의 단초를 나라 밖에서 찾았다. 하지만 야당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여당은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원인 자체를 강조한 반면 야권은 정부의 대응이 화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홍 원내대표는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의 쓰나미가 밀어닥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상당한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말로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휘청거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 정 대표는 "리더십 부족과 정부의 신뢰 위기가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밝혔다. 선진당 이 총재도 "잘못된 인사와 미국산 쇠고기 파동, 당정 불협화음으로 리더십이 실추됐다"고 지적했다.

◇위기에 대한 대책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실물경제 침체에 대한 대책에서 여야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특히 감세에 대해 입장차가 첨예했다.

한나라당은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를 공언했지만 '감세' 카드는 버리지 않았다. 홍 원내대표는 "'부자감세'라는 주장은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야당의 비판을 일축한 뒤 법인세 인하 의지를 재확인했다.


아울러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 등 규제 완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불법시위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 등 '떼법' 근절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 대표는 감세안을 거두고 재정지출을 시급히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대표는 특히 "감세의 낙수효과는 미국 공화당 정부의 실패에서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낙수효과(트리클다운·Trickle Down)란 부유층과 대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면 마치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듯 중산층 이하의 소비와 일자리도 늘어나는 효과를 뜻이다.

선진당 이 총재의 처방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절충안에 가까웠다. 이 총재는 여·야·정 정책협의회에서 감세와 재정지출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자고 말했다. 또 출총제 폐지에는 찬성 입장을 밝혀 한나라당 손을 들어준 반면 금산분리 완화에는 시기상조라며 민주당에 가까이 다가섰다.

◇경제팀 교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팀의 거취에 대해서도 여야의 의견은 뚜렷이 갈렸다. 이 역시 경제위기의 외부 원인을 강조한 한나라당과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은 야권의 입장차가 반영된 결과다.

홍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아예 '강만수'란 이름 자체를 꺼내지 않았다. 반면 정 대표와 이 총재는 한 목소리로 경제팀 교체를 요구했다. 이 총재는 경제팀 교체는 물론 거국 경제내각 구성을 대안으로 제시하기까지 했다.

한편, 홍 원내대표와 이 총재는 문학적 감수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정란 시인의 '돌탑'을 읽으며 국민 단합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그리스 문학가 니코스 카잔차스키의 '영혼의 자서전'을 인용해 지난해 대선출마의 소회를 밝혔다.
여야, "경제위기" 공감해도 해법은 '180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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