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변경남 씨(31)는 초조한 표정으로 대기인원 전광판을 바라보며 말했다. 50분이나 기다렸지만 아직도 차례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잠시 짬을 내 저축은행에 들렀는데, 기다리다 보니 회사에 돌아가야 할 시간마저 지나 버렸다.
그렇게까지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말없이 손가락을 들어 영업점 벽면을 가리켰다. '정기예금 8.29%'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써 있었다. 1년 전의 저축은행 금리가 6%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록적인 상승인 셈이다. 변씨가 지금까지 이 은행에 들었던 적금 금리만 해도 6.6%였으니, 지금 갈아타면 이자율은 1.7%포인트가 껑충 뛴 것이다.
![↑프라임저축은행 여의도지점](https://thumb.mt.co.kr/06/2008/10/2008103012192733548_1.jpg/dims/optimize/)
이처럼 제2금융권에 대한 고객들의 발걸음이 급증하는 건 증시급락의 결과 주식투자자와 펀드가입자들의 손해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증가 등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제2금융권 회사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올리자, 펀드나 주식에서 자금을 빼서 예금으로 돌리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29일 자산운용협회와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23, 24, 27일 3거래일 동안 이탈한 펀드 금액은 6조원에 이른다. 반면에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은행·농협 등 6개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0월 들어 330조원을 넘어섰다. 9월 15일에는 319조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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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에 종사하는 류기정씨(29)는 "지금까지는 펀드와 주식을 주로 했지만 장이 워낙 안 좋아서 모두 접었다"며 "적금이나 새로 들어야겠다 싶어서 저축은행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변씨의 사정도 비슷했다. 그녀는 "펀드를 해 봤더니 반토막이 났다"며 "주변 사람들도 주식에 손을 댔다가 절반씩 잃곤 하던데 어떤 지인은 4억 원을 손해봤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녀는 "그들에 비하면 나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분주한 저축은행의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이날의 증권사 객장은 한산했다. 한 증권사의 경우 손님이 뜸해 창구 직원들은 대기하고 있었고,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아 조용한 분위기였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요새 증시가 안 좋다 보니 아무래도 손님이 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한 증권사 지점의 객장](https://thumb.mt.co.kr/06/2008/10/2008103012192733548_2.jpg/dims/optim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