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은 '북적' 증권사는 '텅텅'

머니투데이 장웅조 기자 2008.10.3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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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하락·고금리에 예금으로 고객 쏠림… 고금리는 이번주 피크

"한푼이라도 있을 때 예금에 넣어야죠"

공무원 변경남 씨(31)는 초조한 표정으로 대기인원 전광판을 바라보며 말했다. 50분이나 기다렸지만 아직도 차례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잠시 짬을 내 저축은행에 들렀는데, 기다리다 보니 회사에 돌아가야 할 시간마저 지나 버렸다.

그렇게까지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말없이 손가락을 들어 영업점 벽면을 가리켰다. '정기예금 8.29%'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써 있었다. 1년 전의 저축은행 금리가 6%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록적인 상승인 셈이다. 변씨가 지금까지 이 은행에 들었던 적금 금리만 해도 6.6%였으니, 지금 갈아타면 이자율은 1.7%포인트가 껑충 뛴 것이다.



29일 오후 1시경 프라임저축은행 여의도 지점은 변씨와 같은 고객들로 인해 분주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방문한 근처 직장인들이 몰리면서 객장 좌석이 가득 찼고, 이들에게 신규가입 신청서를 나눠주는 직원은 아예 자리에 앉을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공간은 그리 넓지 않은데 사람이 몰리다 보니 열기마저 느껴졌다.

↑프라임저축은행 여의도지점↑프라임저축은행 여의도지점


신진철 여의도 지점장은 "예금 금리가 8%대로 올라간 2~3주 전부터 고객 방문이 급증했다"며 "본점에서 여직원 2명을 파견받아 창구업무에 투입해야 할 정도로 업무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 손님이 특히 몰린다고 한다. 계좌를 새로 개설하려는 직장인 고객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같은 지점 창구에서 일하는 윤설화 대리도 거들었다. "예전에는 비교적 편하게 일을 했지만 요새는 점심도 잘 못 먹어요."

이처럼 제2금융권에 대한 고객들의 발걸음이 급증하는 건 증시급락의 결과 주식투자자와 펀드가입자들의 손해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증가 등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제2금융권 회사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올리자, 펀드나 주식에서 자금을 빼서 예금으로 돌리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29일 자산운용협회와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23, 24, 27일 3거래일 동안 이탈한 펀드 금액은 6조원에 이른다. 반면에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은행·농협 등 6개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0월 들어 330조원을 넘어섰다. 9월 15일에는 319조원이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류기정씨(29)는 "지금까지는 펀드와 주식을 주로 했지만 장이 워낙 안 좋아서 모두 접었다"며 "적금이나 새로 들어야겠다 싶어서 저축은행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변씨의 사정도 비슷했다. 그녀는 "펀드를 해 봤더니 반토막이 났다"며 "주변 사람들도 주식에 손을 댔다가 절반씩 잃곤 하던데 어떤 지인은 4억 원을 손해봤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녀는 "그들에 비하면 나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분주한 저축은행의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이날의 증권사 객장은 한산했다. 한 증권사의 경우 손님이 뜸해 창구 직원들은 대기하고 있었고,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아 조용한 분위기였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요새 증시가 안 좋다 보니 아무래도 손님이 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한 증권사 지점의 객장↑한 증권사 지점의 객장
한편, 제2금융권 예금러시는 이번 주에 최고점을 찍을 듯하다.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0.75% 인하함에 따라 다음 주부터 시중은행들과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금리를 내릴 태세이기 때문이다. 신명룡 농협 홍보실 차장은 "다음 주에 금리 인하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프라임은행의 신 지점장도 "다음 주에 적금 금리를 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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