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재정부-한은' 세트플레이 빛났다

송기용.여한구.임동욱 기자 2008.10.3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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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화스와프, 역할분담 통해 결실

'청와대-재정부-한은' 세트플레이 빛났다


30일 한·미 통화스와프가 전격 체결된데는 재정당국(기획재정부)과 통화당국(한국은행)의 긴밀한 협조와 효율적인 '역할 분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미국과의 관계를 두텁게 한 청와대의 지원도 큰 몫을 했다. 청와대와 재정부, 한은의 '3각 공조'를 통한 작품인 셈이다.



각 기관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돼가던 지난달 18일께 재정부가 미 재무부에 원·달러 스와프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한은도 미국 연방준비이사회(FRB)가 유럽중앙은행(ECB) 및 주요 선진국과 맺은 통화스와프 계약을 호주와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4개국으로 추가 확대한 지난달 24일부터 미국 현지 주재원을 통해 양국 통화스와프를 추진했다.



재정부에서는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이, 한은에서는 이광주 국제담당 부총재보가 각각 실무 책임을 맡아 미 재무부와 FRB와 긴밀하게 접촉했다.

신 차관보는 미 재무부측 협상 파트너인 크레이 라우리 차관보와 수시로 국제전화를 하고,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논의를 진전시켜 나갔다. 이달 11일부터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를 앞두고는 미리 미국으로 날아가 라우리 차관보와 직접 만나 상의했다.

이 부총재보도 FRB의 집행부서격인 뉴욕 FRB의 더글리 부총재를 접촉해 계약 추진에 대해 논의하고, 연준 이사회의 도날드 콘 부의장을 만나 양국간 통화스와프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미 재무부와 FRB의 반응은 미지근 했다. 미국 측은 우리나라의 국제신용등급(A)이 선진국(AAA)에 비해 떨어지고, 우리나라에 통화스와프를 허용했을 경우 다른 개도국에도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워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우리 측의 집요한 요구와 함께 선진국 외에도 주요 신흥시장국과도 통화스와프를 해야 국제적인 금융위기 극복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탄력을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IMF 연차총회에서 강만수 재정부 장관이 G-7에 포함되지 않은 신흥시장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리버스 스필오버'(역전이 현상) 논리를 강하게 전개한 것도 주효했다.

강 장관은 G-20 재무장관 회담과 연차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신흥시장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선진국으로 전이되는 리버스 스필오버 현상을 감안할 때 선진국간에 이뤄지고 있는 통화스왑 대상에 신흥 시장국이 포함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강 장관은 이런 의견을 미 재무장관과 IMF 총재에게도 직접 전달했다.

우리나라를 필두로 한 신흥시장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부시 미 대통령이 예정에 없이 G-20 재무장관 회담에 참석하기도 했다.

결국 IMF 총회 기간 중에 통화스와프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미국 정부로부터 전달됐고, 강 장관은 뉴욕 방문(14~15일) 중에 확답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이후부터는 통화스와프 계약의 주체인 한은과 FRB간에 실무 협의를 통해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이 합의됐고 이날 새벽 FRB가 이를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측면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통화스와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한미간 금융공조 필요성을 강조했고, 부시 대통령도 수긍했다는 전언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 관계가 불편했으면 어려웠을 일로, 한마디로 한미 공조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변인은 "원래 미국은 우리와 통화 스와프를 하는 것에 실무진 선에서 부정적이었다던데, 현지에서 긍정적인 사인을 보낸 것이 이 대통령에게도 수시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강만수 장관은 "리버스 스필오버 논리가 설득력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아이디어를 누가 낸게 중요한게 아니고 한국은행을 비롯해 여러 경로에서 노력해준 덕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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