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이 위기 속에서 뭘 얻을까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 교수 2008.10.3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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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이 위기 속에서 뭘 얻을까


2등을 용납하지 않고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경쟁, 그리고 단기적 성과를 강조하는 시장의 지속적인 요구 등과 같은 환경 속에서도 신나게 끝없는 탐욕 속에서 살고 있던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이제 다시 금융위기라는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황, 초조, 낙담, 분노가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지만 일부 사람들은 즐거운 표정을 관리하면서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찾고 있기도 한 기가 막힌 이 혼란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아니 어떠한 교훈을 얻어야 할까. 우리나라의 이러한 상황과 맞닥뜨리면서 이제는 모든 경제주체들의 가슴 속에 솟구쳐 오를 회환과 고통 그리고 그것으로부터의 분명한 탈출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진정한 전문가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
 
요사이 위기상황과 이 상황에 관한 수 많은 논란을 지켜보면서 필자에게 문득 10년 전 IMF구제금융 위기 때의 일이 떠올랐다. 이공계 교수 그리고 판사 및 변호사들로 구성된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모임 구성원 중 유일한 경영학 교수였던 필자에게 한 분이 물었다.



"문 교수, 이 위기가 언제쯤 끝날 것 같아?" 인사조직이 전공인 필자는 금융의 유동성 위기를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기에 솔직히 말했다. "잘 모르겠는데요." 그 때 예상하지 못 했던 반응이 튀어 나왔다. "이러니 우리나라가 이런 위기에 빠지지. 도대체 경영학자가 그런 것도 모르다니. 당신같은 학자들이 이 위기에 대해 책임을 져야 돼. 전문가라는 사람이 아는 것이 없다니."

나의 전공은 인사 조직 분야이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라는 현상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없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었다. 금융에 관하여 더 넓게는 경제에 관하여 참견하고 있는 이른 바 전문가들이 과연 자신이 이야기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깊은 지식과 끊임없는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어설픈 지식을 인간의 탐욕에 편승하여 적당히 사용하지 않았는지 모두 한 번 반성을 해 볼 일이다.



지금과 같이 사회의 구성원들이 사회의 리더와 전문가들을 의심하고, 비판하고 그리고 좌절 속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리더와 전문가들이 진정한 의미의 전문가(즉 프로페셔널)라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expert)는 특정 분야에서 오랜 기간 동안 깊은 지식과 경험을 쌓아온 사람을 의미한다.

그러나 프로페셔널은 전문적 지식을 계속 쌓아가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강한 윤리의식과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이타주의적 성향이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과 결합되어 있는 전문가를 의미한다. 오늘의 이 위기 속에서 모든 리더와 전문가들은 자신의 지식을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 지식과 자신의 행동에 의해 영향을 받을 사람들을 진정으로 고려해 왔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
 
지금의 위기에 대한 원인과 처방은 아무래도 금융현상에 치중되어 있다. 금리의 조정이나 전 세계 금융체제의 변화 그리고 실물경제의 활성화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 부분은 수 많은 전문가들이 고민하고 활발히 토론하고 있으니 무언가 적절한 방안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 위기의 본질에 대한 반성이 없이는 이 위기는 다시 되풀이 될 것이다. 위험분산이라는 미명 하에 한판 투기를 통해 대박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욕망을 가슴 속 깊은 곳에 숨겨두고 있는 현실. 혹은 선진화된 금융공학을 알지 못하고 응용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금융의 허브국가가 되겠냐는 비아냥거림을 들으면서 부끄러워했던 현실. 어쩌면 원칙을 수시로 바꾸어 가면서 살아 온 결과가 지금 위기의 근본 원인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혹은 성취하였는가(즉, doing)에 초점을 맞추어 살아 온 것은 아닌지 따져 볼 일이다. 이제 물질적 성취를 넘어서서 자부심과 각자가 지닌 소명의식을 생각하면서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 즉 존재(being)의 문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끝이 없는 탐욕을 버리고 인간의 욕망과 진실된 삶의 의미가 균형을 이루는 노력이 없이 단순히 제도나 정책만으로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러한 위기는 언제나 우리의 뒤를 다시 엄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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