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1%로 인하, 배경 및 효과는?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10.30 04:33
글자크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또다시 0.5%포인트 인하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4년 이후 처음으로 1%선으로 내려갔다. 미 금리가 1%선으로 내려간 것은 근 반세기만에 처음이다.
2003-2004년에 걸친 금리인하는 정보기술(IT)버블붕괴와 9.11테러 인한 2001년의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이뤄졌었다.

◇ 경기 곤두박질, 실업 폭증, 신용경색, 물가는 안정세



당시 경기침체 수준에 비해 금리인하가 과도하게 이뤄진데다 긴축 선회가 늦었던 점은 주택버블과 사상 유례없는 금융위기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2004년과는 다르다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30일 발표되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분기에는 -2.8%, 내년초에도 역성장을 이어가 사상 최장기 수준의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월가는 전망되고 있다.



실업률은 이미 6.1%에 달했고, 내년초에는 8%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물경제가 급속히 붕괴되고 있는 상황이다.

연준은 빈사상태에 빠진 기업어음(CP)시장과 머니마켓펀드(MMF)시장을 회복시키기 위해 특별기구까지 만들어 유례없는 유동성 투입에 나서고 있다. CP발행 잔액이 급증하는 등 신용회복 기미가 보이고는 있지만 MMF 환매가 제한되고 있는 등 여전히 정상회복까지는 거리가 먼 상태이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연률로는 높은 상태이지만 유가가 급락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당히 둔화된 상태여서 연준의 0.5%포인트 추가 인하가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글로벌 금리인하 공조 유도 '선도적' 조치

연준의 금리인하가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경기침체 속도를 늦출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가능한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 연준으로서는 현실적으로 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공조를 주도해온 연준이 이날 0.5%포인트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은 FOMC 발표 이전에 이미 기정사실화됐다.

지난달말까지만 해도 거의 유일하게 금리인하 행진을 지속해온 미국으로서는 글로벌 신용경색 해소를 위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추가 금리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선도적으로 인하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벤 버냉키 연준의장은 이달초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금융시스템을 복원하고 경제성장을 회복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will not stand down)"이라고 비장한 어조로 밝혔다. 기회있을때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거듭되는 국제 공조와 미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책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좀체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시장 개입 수단 가운데 하나인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는다면 시장에 단호한 의지를 확인시키는데 실패할 수 있다.

◇ 단호한 의지 확인 '심리적 효과'

물론, 금리인하가 금융 및 실물경제상황을 당장 크게 개선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많지 않다.

사실상 실제 기준금리는 1% 아래로 내려가 있는 상태여서 금리는 내려갈만큼 내려가 있다. 연준이 이미 '긴급경제안정법'에 근거해 지불준비금을 초과하는 금융기관의 예치금에 대해 기준금리 -35bp의 이자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FAO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버트 부르스카는 연준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돈을 풀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금리인하가 신용경색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금리인하가 시장 심리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수 있다는 지적이다.

J.P모간의 이코노미스트 제임스 글래스맨은 "시장은 버냉키 의장의 말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여 왔다"며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MFR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쉬 샤피로는 "금리수준이 경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금리인하는 심리개선효과를 볼수 있으며, 이는 연준이 동시에 취할수 있는 여러가지 조치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