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스와프, 한국에 '장기호재'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이학렬 기자 2008.10.2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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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과 미 연방준비이사회(FRB) 사이의 통화스와프(원-달러 맞교환) 협정이 체결되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장기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당장 외환보유액 부족에 따른 국가부도 가능성을 줄여 대외신인도를 높일 수 있다. 미국으로부터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탈)을 인정받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은행권 달러화 부족에 '단비'가 됨은 물론이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이사회(FRB)는 우리 시각으로 30일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한은과 FRB 사이에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을지 여부를 결정한다. 선택권은 미국에게 있지만 29일까지 협의 경과는 낙관적이었다.

한미간 통화스와프란 일정 한도 내에서 우리나라가 FRB에 원화를 갖다 주면 FRB가 우리나라에 달러화를 대주는 것을 말한다. 달러화 기근에 시달리는 우리 입장에선 '천군만마'에 다름없다. 달러화를 직접 찍어내는 FRB가 파트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현재 미국이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는 나라는 유로권(ECB), 일본,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뿐이다. 신흥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 부족 걱정을 상당부분 덜게 됐다. 9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397억 달러. 세계 6위에 해당하는 규모지만, 4198억 달러(6월말 기준)에 달하는 대외채무가 부담이다. 외환보유액 대비 유동외채 비율도 86%(6월 말 기준)에 이른다. 그러나 FRB와의 스와프 협정이 맺어지면 스와프 한도만큼 외환보유액이 추가로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이는 곧 국가부도 위험 감소와 대외신인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8일(뉴욕 현지 기준) 571bp(5.71%포인트)였다. 전날보다 128bp 떨어졌지만 여전히 태국, 말레이시아보다 높다. 그러나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되면 CDS 프리미엄은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


현재 국제신용평가사 별로 매긴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은 무디스 A2, 스탠다드앤푸어스(S&P) A, 피치 A+ 등이지만 향후 추가로 상승할 여지가 커졌다. 원/달러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상징적으로는 미국이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을 인정했다는 점이 호재다. 정부 관계자는 "FRB가 무너질지도 모를 나라를 상대로 통화스와프를 하려 들겠느냐"며 "통화스와프 상대방으로 우리나라를 선택한 것은 돈을 떼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한은이 FRB에서 낮은 비용으로 달러화를 들여와 풀 경우 우리나라 은행권 입장에서는 보다 낮은 조달비용으로 달러화를 구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으로 정부 입장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마련 중인 '신흥국 단기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필요성이 줄어들게 됐다. 'IMF 구제금융'을 연상케 하는 조치를 놓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는 등의 정치적 부담을 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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