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바젤II' 의무화 연기 필요한 이유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서명훈 기자, 권화순 기자 2008.10.2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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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기피 억제해 중소기업 "돈맥경화" 차단

금융감독 당국이 원화 유동성비율 완화에 이어 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바젤II) 의무화 시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바젤II가 적용되면 중소기업 대출이 줄어들 우려가 크고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9일 "바젤II가 도입되면 중소기업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부여되기 때문에 중소기업 대출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이에 따라 바젤II 의무화를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까지는 은행들이 바젤I과 바젤II 중에 유리한 것을 선택해 적용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의무적으로 바젤Ⅱ를 적용해야한다. 바젤Ⅱ가 시행되면 차입자의 신용리스크 차이와 은행간 리스크 관리 능력에 따라 은행간 BIS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는 모든 기업에 대해 일률적으로 100% 위험가중치를 적용하고 있지만, 위험자산에 대한 가중치가 부여됨에 따라 BIS 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과 가계는 신용등급이 충분히 높지 않을 경우 은행이 지원을 기피할 우려가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보면 바젤I이 바젤II에 비해 경영실태평가에서 더 좋은 등급을 받는데 유리하다"며 "바젤II가 의무화되면 은행들은 자금운용에 다소 제약이 따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젤II 의무화 시기를 연장하면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한도나, 신규 대출에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 예컨대 한 은행이 5000억원을 현금으로 출자받고, 5000억원을 주식으로 현물출자 받을 경우 바젤I 을 적용하면 자본금이 1조원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바젤II 적용시 주식의 위험가중치에 따라 실제 출자액은 1조
원을 훨씬 밑돌게 된다. 자본금 증가 효과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다.

신용평가모델로 표준등급법을 적용하고 있는 은행들은 이번 대책으로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 신용평가 능력이 떨어져 신용평가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곳들이다. 이들 은행들은 신용등급에 따라 위험가중치를 0~150% 차등 적용해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표준등급법을 적용하고 있는 은행들은 내년부터 BIS 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중소기업 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다"며 "내부등급법을 준비하고 있는 은행들의 경우 유예기간을 주면 자금운용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젤II에 대비해 내부등급법을 승인받은 은행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효과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내부등급법은 은행 자체적으로 대출기업의 신용등급을 산출해야 하는 만큼 고급법으로 불린다. 현재 신한·국민·우리은행이 감독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부등급법을 받은 은행들은 이를 대부분 신용위험에 적용하면 BIS 자기자본비율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러면 바젤I보다 바젤II가 BIS비율을 산출하는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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