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전자와 시장의 신뢰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2008.10.3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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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성전자와 시장의 신뢰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고민되네요."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 증시는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그 와중에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 향방이 국내 증시의 방향타가 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경영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올해 메모리반도체 7조원을 그대로 투자할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메모리반도체 투자액을 수천억 줄일 예정입니다."



열흘 사이에 엇갈리는 삼성전자 경영진의 투자에 대한 입장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이달 14일 한국전자산업대전 개막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메모리반도체 투자액인 7조원은 그대로 집행할 것"이라고 밝힌 지 열흘 뒤인 24일 주우식 삼성전자 부사장(IR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좋지 않아 당초 계획했던 투자액을 수천억원 가량 줄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뿐만 아니라 액정화면(LCD)부문에서도 경영진들의 엇갈린 모습이 보였다. 주우식 부사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차세대 LCD 투자에 대해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주 부사장 발언 후 5일만인 지난 29일 일본에서 개막한 디스플레이전시회인 'FPD인터내셔널'에서 장원기 삼성전자 LCD총괄 부사장(S-LCD 대표)은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의 차세대 LCD 투자는 11세대로 직행하는 방안이 유력하며 기판 규격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3000㎜ 및 3320㎜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LCD라는 양대 사업의 대규모 투자 건을 두고 연이어 엇갈린 입장이 나오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투자자들은 누구 말을 믿어야 할 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고 조율하던 컨트롤타워인 전략기획실이 해체되면서 역할 조정 기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형 투자 건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는 것은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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