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은행채무 지급보증 동의안이 가결된 직후 소감 발언을 통해 현 경제 상황을 포함,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장관 취임 후 하루도 쉬지 않고 조국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해 왔지만 일을 많이 하는 과정에서 말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사랑의 채찍'과 '미움의 매'란 말에 재정위의 눈길이 강 장관에게 쏠렸다.
강 장관 별명은 '강고집'이다.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은 썩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고집은 여전했다는 평이다. '사랑을 갖고 지켜봐달라'는 말에선 당분간 퇴진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 드러났다.
'채찍'에 한 방 맞은 것은 민주당이다. 강 장관의 이 발언이 나오기까지 곡절이 있었다. 회의 막판 야당 의원들은 지급보증 동의안 처리보다 강 장관의 사과가 우선이라고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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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대를 멘 사람은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 원내지도부인 박 의장은 "민주당은 강 장관 사과를 듣고 지급보증안에 대한 입장을 정하겠다"며 강 장관을 압박했다. 김종률 의원도 가세했다.
강 장관은 난처한 듯 머뭇거렸다. 한나라당의 나성린·박종근 의원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들은 "무슨 일만 나면 장관보고 사과하라고 하느냐"며 야당 의원들에 반박했다.
결국 박병석 의원 등은 "강 장관의 진솔한 말씀을 기대한다"며 한 발 물러섰고 동의안은 가결됐다. 그런데 '진솔한' 강 장관의 발언은 사실상의 사퇴 거부였다.
어쨌든 강 장관은 한껏 몸을 낮추는 모양새를 갖췄다. 그는 "초당적 협력을 통해 동의안을 의결한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국민들에게 많은 심려를 드리고 국회에 지급보증안을 요청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님들이 지적한 사항은 정책에 최대한 반영하겠다"며 "질책과 충고도 앞으로 일하는 데 항상 명심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