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 패닉셀링'의 종지부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10.2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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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매도지속시 수급악화 불가피...증시 심연의 유동성 주목

뉴욕증시가 10% 전후로 폭등했다. 다우지수 상승폭(889.35p)은 지난 13일에 이어 사상 두번째의 최대폭 급등이었다.

특별한 호재는 없었다. 오히려 경제지표는 최악이었다.
8월 S&P/케이스실러 20지수가 -16.6%로 7년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비록 예상치를 밑돌지는 않았지만 월간 하락폭은 전달(-0.9%)보다 낮은 -1.0%였다.
10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사상최저치인 38로 추락했다. 전달 수치(61.4)의 절반에 가까운 폭락이었다.

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CP(기업어음) 매입규모를 크게 늘렸고 독일 정부가 50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책을 발표한 것이 주가 급등을 이끈 호재로 풀이된다.
같은 유럽국가이면서도 영국과 프랑스 증시가 1%대 상승에 그친 반면 독일 증시는 11%대 폭등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증시 폭등과 아울러 엔화 약세도 괄목할만한 변화였다. 지난주말 90엔선 붕괴마저 넘보던 엔/달러 환율이 99엔선까지 치솟았다. 113엔대까지 폭락했던 엔/유로 환율은 127엔까지 폭등했다.
투자심리 매몰로 캐리트레이드 통화인 엔화에 대해 이뤄지던 무차별적인 상환러시가 일단락됐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VIX(S&P500 변동성지수)와 VXN(나스닥 변동성지수)는 모두 60%대로 급락했다. 1개월물과 3개월물 달러리보금리는 12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날 코스피지수가 장중 13.75%에 달하는 급반전을 이뤄낸 뒤 미증시의 이같은 화답은 금상첨화다. 다우와 S&P500 지수가 10일 이평선까지 일거에 돌파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날 5일 이평선에서 가로막혔던 코스피지수가 이날 추가 급등할 여지를 열어놓게 됐다.

PBR(주당순자산배율) 1배 밑의 주가는 현격하게 저평가된 것으로써 시간문제일 뿐 주식 매수가 정당하다는 주장이 급부상했다.
게다가 고배당주의 배당 수익률까지 감안한다면 낙폭 과다 주가의 차익과 함께 꿩먹고 알먹는 투자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는 견해가 늘어나고 있다.

800대로 주저앉기도 했던 주가가 1000대로 안착하면 일방적이던 하락추세는 종료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 일이다.
게다가 FOMC(공개시장회의)에서 추가적인 모멘텀을 부여한다면 1년간 나락을 맛본 증시가 드디어 바닥을 박차고 일어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패닉셀링과 마찬가지도 패닉매수도 사실 좋은 현상은 아니다. 모든 기술적 지표와 밸류에이션을 무시하던 투매 결과로 폭등이 촉발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저점대비 20∼30% 단기간에 급등하게 되면 추격매수세가 따라붙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 급락이 스마트머니 유입을 자극하는 촉매제 역할을 십분 발휘할 수 있지만 심연에서 도도하게 흐르는 유동성의 본류는 급등락 장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1000선도 붕괴되면서 주식을 사려고 준비했지만 이미 폭등이 일어나 매수타이밍을 놓쳤다"면서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추격매수하지 않고 조준경을 닫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가가 1200대로 올라서더라도 기왕 늦은 이상 미국 대선결과까지 본 뒤 천천히 대응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겠다는 의미였다.

전날 아시아 증시에 이어 독일, 그리고 미증시 폭등세가 전개됐지만 사실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의 매수공세가 없었다면 코스피 증시가 이같은 상전벽해를 이뤄내기 어려웠을 일이다.



한국은행이 사상최대폭의 금리인하에 나서고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국무총리의 거래소 방문 등 일련의 일정에서 기관 동원령이 하달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적색경보가 해제된 현재 기관의 지속적인 매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인지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펀드자금 유입보다 유출이 많아지면서 신규자금 유입이 중단된 가운데 펀드 환매에 대비하기 위한 현금 여유분 확보가 절실한 투신권 등 기관의 자금여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연기금의 지원이 끊기고 해외증시 급등세가 지속되지 않을 경우 과연 기관이 주식 매수대열을 유지할 것인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전날 주가 폭등장에서도 봤듯이 외국인은 주식순매도를 멈출 뜻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지수선물 누적 순매수분조차 털어내는 판이라면 연기금 및 기관 매수가 보장되지 않는 한 수급불균형 현상이 해소될 근거가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게다가 우려한대로 3분기 실적이 우호적이지 않다.
신중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27일 현재 63개 기업(컨센서스 있는 기업 기준)이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어닝쇼크를 기록한 기업이 36개로 전체의 57%를 차지, 지난주 43%에서 크게 증가했다"면서 "기대치를 낮출 만큼 낮췄는데도 더 좋지 않은 결과가 발표된다면 많은 주식들이 밸류에이션 및 낙폭과대 측면에서 볼 때 매력적인 구간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실적과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져 있는 상황이어서 매수 결정이 선뜻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속적인 외국인의 매도세와 개인들의 매수여력 약화로 수급구도 및 투자심리의 위축이 심각한 상태기 때문에 주가 저평가를 떠나 수급안정이 더 절실한 핵심 요소라는 얘기다.



주가 폭락과 폭등 모두 증시에 좋지 못한 현상이다. 펀더멘털을 논하기 앞서 외국인의 매도 중단이라는 전제가 성립되지 않는 한 추세상승을 논하기 만만치 않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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