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송유관 건설 합의, 에너지 동반자되나

안정준 기자 2008.10.2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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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동부로부터 연간 1500톤 공급...250억弗 차관 제공도 논의

러시아 동부에서 시작되는 송유관이 중국에 연간 1500톤의 원유를 실어나르게 됐다. 최근 에너지 수입 창구를 다각화하고자 하는 중국과 새로운 '전략적 에너지 동반자'를 물색중이던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양국간 송유관 건설은 수년만에 극적으로 성사됐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 방문중인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28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이같이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합의에 따르면 페트로차이나의 모회사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와 러시아 송유관 건설업체인 트랜스네프트가 시베리아 동부 스코보로디노에서부터 중국 접경지역에 이르는 70Km 구간에 송유관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 송유관은 연간 1500만톤의 원유를 실어나를 예정이며 중국 접경지역의 송유관은 다시 중국 북부 다칭에 있는 송유관으로 연결될 계획이다.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산유국이지만, 그동안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원유를 수입해왔다. 러시아는 중국의 5번째 원유 수입국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호주로부터의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확보가 환차손 문제로 난국에 부딪친 중국은 에너지 수입 창구의 다각화를 추진해 왔다. 경제 규모가 커지며 원유 수요도 급증하고 있어 러시아로부터의 안정적 원유 공급 확보는 그동안 점차 중차대한 문제로 부각돼 온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및 유럽과의 관계가 어색해진 러시아도 새로운 원유 수출 창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루지야를 지나는 BTC 송유관 이권을 두고 지난 9월 그루지야와 전쟁을 치른 러시아는 이 지역 송유관에 주목하고 있는 미국, 유럽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상태다.


양국의 이런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번 송유관 건설이 수년만에 결정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 세계 최대 외환 보유국인 중국은 러시아에 원유를 담보로 한 차관을 제공, 양국간 에너지 공조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이날 원 총리와 푸틴 총리의 회동 이후 부총리이자 로스네프트 이사회의 의장인 이고르 세친은 "중국이 러시아 석유기업에 상당한 규모의 차관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관련, 익명의 관계자는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향후 20년간 3억톤의 원유를 공급받는 대신 250억달러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원 총리는 이날 송유관 건설 합의 이후 "중국과 러시아는 향후 에너지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하며 양국간 장기적 협력은 상호 경제발전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 안정에도 일익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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