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 한은, 금리인하 꿈도 안꿨다

더벨 황은재 기자 2008.10.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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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금통위 의사록]

이 기사는 10월28일(17:2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금융시장 불안 '모니터링, 점검'만..10월 결국 1.00%p인하



-일부 금통위원 "추가 금리인상 요인도 있다"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대폭인 0.75%포인트나 전격 인하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그러나 불과 한달전인 9월 금통위까지만 해도 금리인하는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금융시장이 불안해 '모니터링'을 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우선은 눈앞에 있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너무나 커보였다. 이미 8월에 금리인상을 단행한 금통위는 오히려 추가 금리인상의 필요성에 더 무게를 싣고 있었다.

28일 공개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 9월엔 금통위원 전원이 기준금리 5.25% 동결에 손을 들었다. 금통위원들 가운데는 유가 하락으로 물가 상승세가 다소 둔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꺾인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한 금통위원은 "국제 유가 하락, 수요측 압력 완화 등으로 물가 여건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지만 물가 상승압력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중기물가안정목표 달성 여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 금통위원은 "국제유가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5%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고 국제 유가는 OPEC의 증산 여력 부족 등에 비춰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달러/원 환율이 빠른 속도로 상승해 유가 하락 효과를 넘어서는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고, 국제금융시장 불안, 미 달러화 강세, 세계경제 부진 등에 따른 수출 증가세 둔화 등으로 물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은 집행부 역시 물가에 관심을 뒀다. 한 금통위원이 '가파른 물가 오름세가 꺾인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에 대해 관련부서에서는 "국제유가나 환율 움직임에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현재는 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보다 매우 높은 수준에 있는 만큼 물가에 대해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답했다.

금통위원들도 금융불안을 느끼고 있기는 했다. 실물경제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도 했다.

한 금통위원은 CDS(신용부도스왑) 프리미엄 상승에 따른 재정거래 유인 축소, 연말 결산을 앞둔 외은지점의 재무제표 건전성 제고 노력 등에 비춰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유출 증가 가능성 등으로 외화유동성에 위험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9월들어 주가와 환율이 급등락을 거듭하는 등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는데 이는 불안한 시장심리를 반영하는 것으로 조그마한 충역에도 시장이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변동성의 정도와 지속 기간에 따라 실물경제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PF대출 부실 우려,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 수축 우려도 제기됐다. 한 금통위원은 "건설 및 주택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PF 대출 등이 부실화되어 금융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위원은 "은행의 대출태도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강화되면서 그동안 확장 국면에 있던 신용이 수축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결론은 금리동결이었고 금융불안에 대해서는 "잠재적 리스크 등에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정도에서 회의를 끝냈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그로부터 한달 뒤인 10월초 정기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5.00%로 조정했고, 지난 27일엔 임시 회의를 열어 0.75%포인트 인하라는 사상 초유의 조치를 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임시 금통위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내수는 둔화되고 유가하락으로 물가 압력이 낮아지고 있다. 환율 상승이 있지만 앞으로는 낮아질 것"이라고 말해 물가 우려가 완화됐다고 밝혔다. 대신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 둔화 속도를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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