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어? 800 아니고 1000 이네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10.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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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상위30위중 상한가 8개…원/달러·금리는 불안

800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봤던 코스피지수가 장중 1000선을 회복하자 어안이 벙벙해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날 증시 개장전 동시호가 시점에서 코스피지수가 870대로 -8%나 추락하자 전날 하락한 미증시 악영향을 받아들이며 또 하루의 '블랙데이'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이 나왔다.

코스피지수가 개장 직후 901선으로 낙폭을 확대하면서 900선이 붕괴 위협에 직면하자 "역시 800대로 주저앉는거야"라는 체념이 일순간 장을 휘감았다.



하지만 5일 연속 '하락' 사이드카 대신 '상승' 사이드카가 발동될 것으로까지 예상한 시장참가자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1000선을 회복하면서 1012대까지 치솟을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치 못했을 일이다.

901.49(-4.75%)에서 1012.73(+7.00%)까지 장중 13.75%의 급반전이 성공하면서 증시몰락이나 공황을 입에 올리던 자들은 뒤통수를 긁적거릴 수밖에 없었다.



전날 사상최대폭(75bp)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약발을 받지 않았다고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장관 교체를 주장하고, 막판 주가 낙폭 만회를 연기금의 돈장난에 불과한 것이라고 매도했던 자들이 이날 어떤 주장과 해석을 늘어놓을 것인지. 더 이상 의미없는 불만에 귀를 기울일 필요도, 근거없는 불안심리에 흔들릴 이유도 없다.

그동안 장이 얼마나 급락했으면 이날과 같은 날도 생기는가. 0.6배까지 추락했다는 PBR(주당순자산배율)도 무시하면서 주가지수 500선을 거침없이 언급하던 증시 몰락론자들은 과연 주식을 샀을까 팔았을까.

시총상위 종목에서 상한가가 속출했다는 것은 그만큼 가격메리트가 높았다는 방증이다. 현대중공업 (198,300원 ▲7,300 +3.82%), LG (84,700원 ▲100 +0.12%), LG디스플레이 (11,500원 ▲410 +3.70%), SK에너지 (111,000원 ▼1,700 -1.51%),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 두산중공업 (17,960원 ▼750 -4.01%), 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 롯데쇼핑 (64,000원 ▲2,100 +3.39%) 등 시총상위 30위에서만 8개의 상한가가 나왔다.
시장 전체적으로도 이날은 상한가가 93개로 22개의 하한가를 압도했다.


연기금이 이날도 1642억원을 순매수하며 7일 연속 순매수에 나선 결실을 드디어 보게 된 하루였다.

이같은 지수급등은 비단 코스피시장만의 일이 아니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장중 -2.35%에서 +6.47%로 9%나 급상승했고 전날 휴장이었던 싱가포르 증시는 -7.91%의 낙폭을 딛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홍콩 항생지수는 상승폭이 14%를 넘었고 중국 상하이증시도 -3%를 +2.8%로 돌렸다.



그동안 미증시 하락에 비해 상대적으로 추락을 거듭한 아시아증시가 살아나기 시작한 이상 미증시 상승반전이 시작되면 떨어진 속도 및 폭과 진배없는 오름세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러한 급등세가 2∼3일 더 지속되더라도 하락추세에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여전하다. 펀더멘털이나 수급 등 제반 변수가 호전되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극단적인 패닉국면에 직면했던 투자심리가 회복되려면 상당기간의 횡보국면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무시할 일은 아니다.

5일 이동평균선이 우상향으로 방향을 돌리고 10일 이평선을 상향돌파하는 시점까지는 추세반전을 선언하기 어렵다. 지난 9월 단기 골든크로스도 무위에 그치고 급락세를 경험한 이상 1150선 회복전까지는 데드 캣(죽은 고양이) 바운스 또는 인디언 섬머랠리라는 오명을 씻지 못할 일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6일 연속 상승하며 10년7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6거래일 동안 환율 상승폭이 무려 152.8원에 달하며 지난 9일 기록했던 연고점(1485원)을 다시 넘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채권시장 상황도 악화됐다. 전날 5개월만에 처음 하락세를 보였던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가 하루만에 상승반전했다. CP(기업어음) 금리는 이날도 올랐고 3년 및 5년 국고채 수익률마저 상승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의 현·선물 동시 순매도 행진도 맘에 걸리는 대목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2818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10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나흘간 선물 순매수 공세를 취하던 이들은 이날 지수 급등을 이용해 7000계약이 넘는 선물 순매수분을 처분했다.



증시가 하락추세를 탈피하고 상승국면으로 돌아섰다고 볼만한 근거는 사실 박약한 상태다. 연기금이 매수를 중단하거나 숏셀링 세력의 숏커버가 중단된다면 이날과 같은 증시 폭등장세가 반복될 것으로 낙관하기 어렵다.

이날 아시아증시 급반전이 미FOMC(공개시장회의) 금리인하를 선반영한 것이라면 향후 가시적인 호재를 또 기다리는 처지에 몰리게 된다.

하지만 월중반인 13∼14일 이틀 연속 상승 사이드카 발동 이후 처음 상승 사이드카가 나올 정도로 낙폭과다 국면임이 입증됐다는 것은 일방적인 매도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점을 암시한다.



계속적인 증시 하락은 보다 강력한 정부 대응을 불러낼 것이며 낙폭이 깊어질 수록 사이드카가 아닌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정도로 장이 튀어오를 공산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뇌리에 박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날 장은 향후 추이와 상관없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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