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군인공제회도 허리띠 조른다

더벨 김은정 기자 2008.10.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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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CP 1300억원 상환계획…보유자산 매각 추진

이 기사는 10월27일(15:1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유례없는 금융위기로 자본시장의 큰 손 군인공제회 마저 긴장하고 있다. 기업어음(CP)과 은행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고 자금운용은 주로 부동산개발이나 지분인수 등 장기로 투자하고 있어 자금경색이 장기화될 경우 유동성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인공제회는 일단 은행과 약정을 맺은 것 외의 CP는 보유 현금으로 만기도래하는 방침. 당분간 투자를 자제하고 기존 투자에서도 일부를 회수할 계획이지만 시장상황이 여의치 않아 큰 성과를 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만기도래 CP는 어떻게?



현재(24일 기준) 군인공제회의 CP 잔액은 6651억원에 이른다. 이중 4000억원 가량은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을 받기 이전에 은행과 만기연장 약정이 있는 옵션 CP로 최근 만기를 내년으로 연장했다. 나머지 시장을 통해 발행된 일반 CP중 올해 만기도래분은 상환한다는 방침이다. 11월에 1200억원, 12월에 101억원을 합해 총 1301억원 규모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은행과 약정을 맺은 어음의 경우 은행이 문을 닫아야 하는 극단적인 지경이 아니면 연장이 되는 걸로 보고 있다"며 "9월12일 이후 2420억원 가량을 일반 CP로 조달했는데 이중 올해 만기도래분은 상환할 자금을 미리 확보해 놨다"고 말했다.

최근 CP시장은 간헐적인 거래를 제외하고는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다. 정부 대책이 연일 쏟아지고 있지만 한번 마비된 신경은 풀리지 않고 있다. 초우량기업들도 CP발행에 나섰다가 빈손으로 물러나는 처지라 특별법인인 군인공제회 CP라고 해도 만기연장을 자신하기 어렵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군인공제회 CP가 시장에 나온 초기에는 CP 시장이 그나마 움직이고 있었고 신용 역시 준공사채 취급을 받아 거래가 됐다”면서 “하지만 근래에는 CP 거래가 거의 끊긴 상태”라고 설명했다.

2008년 7월말 현재 군인공제회의 총 차입금 1조9366억원 중 거의 대부분은 은행권 단기차입금. 최근엔 시중은행들마저 유동성 부족을 호소하며 군인공제회에 차입금 상환을 부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국민은행에 2000억원을, 이달 들어 우리은행에 1000억원을 상환한 것도 그 때문이다.

◇건설부문 투자가 전체 자산의 40%

군인공제회 스스로 몸을 사려야 할 이유는 사업 포트폴리오에도 있다. 건설PF 대출을 포함한 군인공제회의 건설개발 자산은 전체 자산의 40%에 육박한다. 최근 건설사 분양경기가 극심한 침체를 보이고 있어 자금회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군인공제회의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7조8826억원이다. 금융투자자산 2조7723억원(35%), 건설개발자산 2조9923억원(38%), 사업체 자산 1조6624억원(21%)으로 구성돼 있다.



게다가 군인공제회는 재무적투자자(FI)로 공격적인 투자 활동을 보여 왔지만 금융시장 경색으로 위축된 투자 환경에서 투자 자금 회수는 녹록하지 않다.

최대주주로 있는 한국캐피탈 매각은 불발되고 주식시장 급락으로 기존 투자에 대한 수익 확보도 여의치 않아졌다.

◇내부 유동화 계획 논의
군인공제회가 자금 유동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상황에서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갖고 있는 부동산 일부를 매각하고 보유 지분을 줄이기 위한 내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광화문 근처에 위치한 오피스 건물과 진로 주식 매각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자금 유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금리 조건이 유리한 신규상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단기조달 의존을 줄이기 위해 국내외에서 장기 자금을 유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지금은 사업을 더 늘릴 때가 아니다. 보유 자산도 일부 매각하거나 유동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이 급하거나 어려운 것은 없기 때문에 상대방을 고려해 기대수익을 깎아줄 수는 있지만 헐값매각은 절대 안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FI로 활동하며 고수익을 추구한 기존의 투자 방식이 예전에는 효과적이지만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고수익을 보여준 군인공제회의 자금사정도 빡빡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2006~2007년 분양 사업을 확대하면서 부동산 PF 대출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군인공제회는 자금 동원력이 우수하지만 사업 구조상 유동성 경색에 빠질 위험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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