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대출 기업 "은행 상환 요구에 멍"

머니투데이 박동희 MTN 기자 2008.10.2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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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대출 만기 1년 연장, 미봉책에 불과

< 앵커멘트 >
어제 한국은행에서 엔화대출의 상환 만기를 1년 연장해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이번 조치로 부도는 피할 수 있지만 여전히 미봉책에 그친다며 볼멘소리입니다. 박동희 기자가 전합니다.

< 리포트 >
인천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김대홍 씨 지난 해 6월 은행에서 엔화대출로 160억원을 빌렸다가 낭패를 봤습니다.





100엔에 800원 하던 환율이 이번 달 1500원 넘게 뛰면서 갚아야 할 원금만 90억원 늘었기 때문입니다.



시중은행들이 대출 연장을 해주지 않자 김 씨는 250억원을 갚거나, 이만큼의 금액을 높은 금리의 원화 대출로 갈아타야 했습니다.

다행히 한국은행이 엔화 대출 만기를 1년 더 연장하기로 해 발등에 떨어진 불은 껐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다시 만기 시점에서도 이상태로 환율이 간다면 다시 추가 연장 요구를 해야 되겠죠. 800~900원 사이가 원화로 전환하는 안정적인 시점"

엔화 대출은 시중은행들이 일본은행에서 저금리로 엔화를 빌려와 다시 개인 사업자들에 대출해 주는 것으로 2~3년 전 크게 늘었습니다.



개인 사업자들은 대부분 10년 장기 대출인 줄 알고 시설 투자 등의 목적으로 자금을 빌렸습니다.

실제로 한 은행의 상품 소개 내용에 나와있듯 시중은행들은 10년 동안 대출 연장이 가능한 것처럼 말해 상품을 팔았습니다.

"실제 시설 투자였고 또 운영 자금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기한도 없었고, 10년이고 20년이고 이자만 잘 내시면 계속 쓸 수 있다고 은행에서 우리가 몇번이나 물어봤어도 답변을 받았고."



결국 상환하려면 대출한 돈으로 투자한 공장이나 부동산을 팔아야 하지만 최근 경기 침체로 팔기도 쉽지 않게 됐습니다.

또 대출 당시 환율도 돌아선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상환 연장의 칼자루를 쥔 한국은행은 엔화대출 이자가 낮은 만큼 개인 책임이라고 말합니다.



"금리차 이득에 대해서 환율에 상응하는 리스크를 지셔야하는데, 금리에 대한 이익을 보시면서 리스크는 안 지시겠다, 그말씀과 마찬가지잖아요."

엔화 대출은 환차손 위험이 있음에도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8조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엔화 대출을 받은 기업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상황을 헤쳐나가는 것보다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에서 벗어나는 게 발등의 불입니다.

MTN박동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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