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초강수 대책, 반복 외면하는 시장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10.27 16:12
글자크기

[유일한의 마켓플로]

다음주 수요일(29일 현지시간) 끝나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FRB)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1.5%인 금리가 1.0%로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연준이 0.75%포인트 인하해 0.75%로 조절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다고 CNN머니가 전했다. 미국의 기준 금리가 1% 아래로 내려간 예는 없다.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던 통화 팽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이번 위기의 해결은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유례없는 초강수 대책, 반복 외면하는 시장


주요 정부와 중앙은행들의 글로벌 공조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혼란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유례없는 조치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계속 급락하자 당국은 더 강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은 27일 예상치를 넘는 0.7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금리가 0.5%인 일본은 엔화가치가 13년 이래 최고치로 폭등하자 나카가와 쇼이치 재무장관이 외환 시장에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그는 엔화 가치 급등을 우려한다는 선진7개국(G7) 성명을 대독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4년 3월 이후 환시장 개입에 나서지 않았다.
↑폭락하는 닛케이지수↑폭락하는 닛케이지수
그러나 일본 증시는 6%나 폭락했다. 오후들어 별안간 급락세로 돌아섰다. 당국의 개입 발언이 나오자 보란듯 혼란이 증폭됐고, 26년래 최저가를 경신했다.
필리핀 홍콩 중국 싱가포르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금리인하와 연기금의 주식 매수에 힘입어 한국 증시만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요즘 금융시장 위기가 이렇다. 연준이 금리를 대폭 내려 유동성을 풀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시장은 이를 외면하고 제갈길을 가고 있다. 금리가 1%로 떨어지면 그 이상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불신이 팽배하다. 다른 나라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앙은행들의 공격적 대응은 심각한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당장 눈앞의 주가급락도 문제지만 실물 경기가 꺾이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JP모간체이스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GDP가 지난 3분기 0.5% 성장에 그쳤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리고 4분기에는 4%나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1982년에 끝난 침체 이후 가장 큰 하락이다.

JP모간은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스위스가 내년 중반까지 심하게 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최대 소비시장 역할을 한 미국의 가계가 더이상 소비에 나설 만한 여유가 없을 것으로 우려한다. 집값과 주가 급락, 은행 대출 규제, 고용 침체 등 소비를 옥죄는 심각한 변수들이 즐비하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미국의 10월 실업자가 20만명 이상 증가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휘발유 가격 하락만으로 소비가 살아나길 기대하기 어렵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동시에 지난 수년에 걸쳐 세계 성장의 촉매 역할을 해왔다. 한마디로 전세계가 모기지 부실에서 촉발된 이번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 꽁꽁 묶여있는 상황이다.

당장 아시아 시장은 해외자금 이탈과 수출 경기 둔화로 직격탄을 입고 있다. 모간스탠리의 스티븐 로치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2007년 기준 아시아경제에서 수출은 46.7%를 차지했다. 이는 1998년보다 11%포인트 높은 수치"라고 우려했다.



올해 63세인 인도네시아의 제조업체 사장인 지미 팬타키씨는 월스트리트에서 "많은 투자손실을 입었는데, 아무도 이번의 위기를 예상하지 못했다. 경제와 시장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살 수도 팔 수도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27일(현지시간)에는 9월 신규 주택매매 동향이 공개된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46만건에서 45만건으로 2.2% 줄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24일 발표된 기존 주택매매는 예상치를 넘어섰다. 경기가 사실상 심각한 침체로 가고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4분기 주택시장 동향은 어느 때보다 비중이 크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