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파격적'으로 내린 이유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8.10.27 15:56
글자크기

설립 후 최대폭 0.75%p↓… 추가인하 의지도

한국은행이 27일 기준금리를 단숨에 0.75%포인트 내린 것은 한은 설립 이후 처음이다.

시장은 금리인하를 점쳐왔지만 한은이 이처럼 파격적으로 금리를 내릴 지는 예상치 못했다. 그만큼 이날 금리인하는 한은이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은은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내심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외풍에 거세게 흔들리고 있고, 당초 예상했던 수준보다 실물경제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 환율폭등과 주가폭락의 금융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긴급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있다. ⓒ이명근 기자 ↑ 환율폭등과 주가폭락의 금융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긴급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있다. ⓒ이명근 기자


고용 통계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급격히 떨어졌다는 사실은 걱정을 더한다. 또 지난 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음에도 시중 금리는 거꾸로 계속 올라 중소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늘어난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민망하게 했다. 섣불리 금융위기가 어느 단계를 지나고 있는지에 대해 전망을 내놓지도 못한다. 계속 사정이 나빠지면서 그동안 내놨던 '회복' 전망이 번번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번 임시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처방을 내놓을 수 있을 지 고심해 왔다. 시장의 일반적인 기대, 즉 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로는 전혀 시장에 충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자 아예 0.75%포인트 인하로 방향을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



한은의 금리인하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그동안 한은은 '수출 증가세만큼은 견조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세계 주요국들의 경기가 급속히 둔화되면서 수출이 계속 잘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이쪽에 관심을 갖는 것이 옳다'는 이성태 한은 총재의 발언에는 경기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통화량 증가로 물가는 오르기 마련이다. 아직 소비자물가는 5%대를 유지하며 한은의 물가 목표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 공급충격에서 오는 물가상승 압력이 누그러졌다는 점은 한은이 금리를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터줬다.

환율도 문제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통화가치는 절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은은 현재 한국 외환시장이 금리수준 보다는 외화자금의 유출입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정도 금리인하가 원화 약세를 더 부추기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일단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현재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긍정적인 효과를 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정부와 한은이 여러 대책을 내놨음에도 한국의 금융시장이 갈수록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경제안정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동안 한은은 '늦장대응'과 '방관자적 태도' 등 많은 질타와 염려를 받아왔다.

시장에서는 이번 경제위기의 주요 원인을 '심리' 즉 '공포감'에서 찾고 있다. 한은의 파격적인 금리인하는 당국의 선제적 대책에 목말라하는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킨 것으로, 바닥에 떨어진 투자심리를 일정부분 안정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단순히 금리인하가 이번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는 남아있는 셈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