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은행채매입, "금리인하+수급개선" 효과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8.10.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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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7일 기준금리를 큰 폭 인하한데 이어 사실상 은행채 매입까지 결정한 건 “금융시장에서 가격과 수급을 동시에 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자금경색→은행채·CD금리 상승→대출금리 상승’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2가지 대책을 동시에 내놓은 것이다. 은행들은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적절한 조치"라는 반응이다.

한은은 이날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농협, 수협, 수출입은행 등이 발행한 채권(은행채)과 함께 토지공사, 주택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발행한 채권 및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채 매입에 조심스런 입장을 보여 왔던 한은이 태도를 바꾼 것은 그만큼 자금시장 경색이 심각했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은행채는 예금과 함께 은행의 자금조달 채널의 한 축으로 활용돼왔다. 은행채는 예금에 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쉽고, 국내외 기업 및 기관투자자들의 여유자금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는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고,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가 치솟는 등 은행채 발행이 어려워졌다. 금융권 뿐 아니라 기업들도 유동성 압박을 받으면서 수급여건이 더욱 악화됐다. 특히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에 대해 재발행이 사실상 힘들어 지면서 은행들이 다급한 상황에 처했다.

올 4분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는 25조 5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국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 기업은행을 제외하면 총 13조원이 순수 은행권 물량이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연 5%에 불과했던 은행채 발행금리는 하반기 들어서 연일 상승한 끝에, 이달 초에는 7.95%까지 치솟는 등 불안감이 가중됐다. 예금을 틀어서라도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를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결국 한은이 나서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이다.

은행들은 "한은이 (은행채 매입시기를) 좀 더 빨리 결정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대체적으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한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리면서 은행채 매입을 발표했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평가했다.


은행 관계자는 "금리인하와 자금공급 중 한가지 만 택해서는 효과가 없다"며 "한은이 과감하게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가격과 수급이 동시에 개선되면 시장 전체적으로 파급이 클 것"이라며 "은행들도 고금리 예금에 따른 압박감에서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강력한 금융시장 정상화대책이 나왔으나 보다 중요한 건 후속책"이라면서 "회사채시장이 정상화되려면 기업과 가계자금이 흐름이 보다 원할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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