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회연설, 넥타이는 빛났지만… (상보)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10.27 14:40
글자크기

이명박 대통령 시정연설

준비는 세심했으나 환영은 반쪽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09년도 예산안을 비롯한 경제 현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 해법을 마련하고 의상에도 신경 쓰는 등 연설을 꼼꼼하게 준비한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이 연설 중 한 차례도 박수를 치지 않았고 일부가 퇴장하는 등 국회의 대접은 반쪽에 머물렀다.
MB 국회연설, 넥타이는 빛났지만… (상보)


◇昌의 빈자리= 오전 9시40분. 이 대통령에 국회에 도착했다.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던 김형오 국회의장과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이 대통령을 맞이했다.



이 대통령은 3층 의장 접견실로 향했다. 이 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각 당 대표·원내대표단과 국회 부의장단, 한승수 총리,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이용훈 대법원장 등과 환담을 나눴다.

싸늘한 분위기는 여기서부터 감지됐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자리가 마련됐으나 이 총재는 불참했다.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조찬회동이 무산된 데 항의하는 의미였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 오는 대신 당 의원총회에 참석, "지난 토요일에 납득할만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고 조찬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권선택) 원내대표가 받았다"며 "이렇게 무례하고 정치력이 빈곤한 정부는 처음 본다"고 이 대통령을 비난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작심한 듯 예산안 수정을 요구했다. 정 대표는 "국민 인식과 정부 대응 사이에 괴리가 심각하다"며 "처음 예산을 편성했던 때와 지금 상황이 전혀 다르므로 정부에서 예산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편성 당시와 상황이 달라졌으니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예산안을 다시 편성해 제출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니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조정해 달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아셈 정상회의에 참석한 소회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많은 나라들이 이것(경제위기)이 미국을 위시해 아시아, 유럽 등 전세계 공동 문제로 보고 진지하게 노력해 정상들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또 "국회에서 예산안과 여러 가지 법안이 잘 처리되도록 부탁드리러 왔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MB의 '구애'…與 환영 野 냉담=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한 이 대통령은 연설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준비한 원고를 읽는 동안 시종 진지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표정이었다. 이 대통령은 차분하게 의원석을 돌아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검은 양복에 은회색 민무늬 넥타이는 신뢰감과 안정감을 주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방청석과 기자석에선 연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여야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25분여의 연설에서 박수는 9번. 지난 7월11일 국회 개원연설때보다 박수 횟수가 현저히 줄었고 그나마 한나라당 의원들뿐이었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은 보다 적극적으로 항의했다. 민노당 의원단은 대통령 연설이 시작된 뒤 '서민 살리기가 우선입니다'는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다 잠시 뒤 아예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민노당 의원단은 본회의장 앞에서 회견을 갖고 "경제실정에 대한 사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질 등을 요구했지만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연설이 끝난 뒤에도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이 대통령은 단상에서 의원석으로 내려와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의원석 중앙 통로로 퇴장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을 박수로 배웅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싸늘했다.

국회 본청을 나선 이 대통령은 건물 앞에서 천막농성 중인 민노당 시위대를 스쳐 지나며 국회를 빠져나갔다.

이날 오전 대통령을 맞은 국회엔 긴장이 감돌았다. 이른 아침부터 국회 주변과 본청 안팎엔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본회의장 방청석도 사전에 출입증을 받지 못하면 들어갈 수 없었다.

현직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 것은 지난 2003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 이후 5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11일 국회 개원에 맞춰 시정연설을 한 뒤 3개월 보름만에 다시 본회의장에 섰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