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파격적' 인하(종합)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8.10.2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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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임시 금통위 0.75%p↓

한국은행이 27일 기준금리를 현행 5.00%에서 4.25%로 0.7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총액한도대출의 금리도 현행 3.25%에서 2.5%로 같은 폭 낮췄고, 은행채와 일부 특수채를 공개시장조작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한은은 이와 별도로 수출기업이 환헤지를 목적으로 키코 등 통화옵션 상품에 가입한 경우 그 결제자금에 한해 은행의 외화대출을 허용하고, 운전자금 외화대출 만기도 1년간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사상 최대폭 금리인하= 한은은 이날 오전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하 △총액한도대출 금리 0.75%포인트 인하 △은행채 및 일부 특수채의 공개시장조작대상 포함 등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기준금리는 지난 9일 5.25%에서 5.0%로 내린 지 18일 만에 다시 추가로 0.75%포인트 인하됐다. 한은이 한번에 0.75%포인트를 인하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10월 한달 동안 기준금리는 1.00%포인트 인하됐다.



↑ 환율폭등과 주가폭락의 금융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긴급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있다. ⓒ이명근 기자<br>
↑ 환율폭등과 주가폭락의 금융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긴급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있다. ⓒ이명근 기자


또한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9.11테러 직후인 2001년 9월19일 기준금리를 4.50%에서 4.0%로 내린 후 7년만이다.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금리를 최대 0.50%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한은은 금융시장 불안을 조기에 안정시키기 위해 인하폭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 경기둔화를 더욱 가속시킬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서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했다"며 "이를 통해 내수경기 위축, 경제성장률의 급속한 하락을 완화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내수가 상당히 빨리 둔화되고 있고 수출도 계속 잘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며 "금융시장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는 (경기둔화 쪽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은은 총액한도대출 금리도 0.7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총액한도대출 금리는 현행 3.25%에서 2.5%로 낮아졌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 23일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기존 6조5000억원에서 9조원으로 2조5000억원 증액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은행채 등 RP매입대상 포함= 아울러 한은은 은행채 및 일부 특수채를 공개시장조작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RP매입을 통해 이들 채권을 한은이 매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대상은 은행채 뿐 아니라 △토지공사 △주택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발행한 채권 및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주택저당증권(MBS) 등이다. 한은은 이들 채권을 주로 RP매매 대상증권으로 활용하되, 위험관리를 위해 증거금률을 기존의 국채, 정부보증채, 통안증권(105%)보다 높게 설정하기로 했다.

이 총재는 "RP매입 형식의 유동성 공급은 5~10조원까지를 염두에 두고 상황에 따라 분할해 집행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대해 자금을 공급해 줌으로써 시장의 막힌 부분을 풀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앞서 시장에서는 최근 신용경색으로 인해 은행채 시장이 기능을 잃어 한은이 이를 매입해 줘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해 왔다.

일단 한은이 RP방식으로 은행채 및 일부 특수채를 매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함에 따라 현재 자금시장의 경색은 어느 정도 진정될 전망이다. 지난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은행채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고, 이는 CD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대출금리 상승 및 2금융권 예금금리 상승 등을 촉발해 가계의 이자부담을 가중시켜 왔다.

◇외화대출 용도제한도 '완화'= 한편, 한은은 이날부터 수출기업이 환헤지를 목적으로 키코 등 통화옵션상품에 가입했을 때 그 결제자금에 한해 은행의 외화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당 업체는 원화가 아닌 외화로 직접 '키코' 계약을 결제함으로써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지난 6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대고객 키코 계약잔액은 101억달러에 달한다.

한은은 운전자금 외화대출의 만기도 1년간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난 3월 한은의 상환기한 연장허용 조치 이후에도 원/엔 환율이 더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외화대출 차주들의 상환부담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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