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시장 신뢰회복에 '올인'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10.2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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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어떤 내용 담았나

약 25분여 가량 진행된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신뢰'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전 세계가 함께 겪는 위기지만 정부의 미흡한 대처로 필요 이상의 난국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인지 시장 신뢰회복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연설 내내 "위기는 없다" "나를 믿어 달라"고 절절하게 호소했다. 충분하고 확실하게 유동성을 공급하겠고, 과감한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정책을 펼치겠다고 위기돌파 해법을 제시하면서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규제개혁과 녹색성장, 지방행정체제 개편, 공기업 선진화 등 선진일류국가 실현을 위한 단골메뉴도 잊지 않고 언급했다.

◇"한국에 외환위기는 없다" =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오늘 이 자리에 섰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한 이 대통령은 외환위기 가능성을 일축하는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당국자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한국이 다시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을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 등 불길한 뉴스가 연달아 터져 나오고 있고, 덩달아 국민들은 불안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이번 위기를 10년 전 외환위기와 비교하지만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던 10년 전과는 상황이 판이하다"며 "단언컨대 지금 한국에 외환위기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연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에 대해 분명하게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씀 드리겠다"고 난국돌파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유동성 충분하고, 확실하게 공급" = 이 대통령은 "외화 유동성 문제는 지금 보유한 외환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외환보유고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있지만 금년 1월에서 9월까지 유가 폭등과 외국인의 주식 매도로 경상수지, 자본 수지가 모두 적자에 빠진 가운데 외환보유고는 2600억 달러에서 2400억 달러로 약 8% 감소하는 데 그쳤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4분기부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 외환 상황은 훨씬 호전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특히 세계 경기 부진으로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데 대해 기대를 드러냈다.

작년에 600억 달러였던 원유 수입액이 올해 1000억 달러를 기록해 원유 수입에만 약 400억 달러가 더 쓰였고, 이것이 경상수지 적자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원화 유동성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원화 유동성도 마찬가지로 금융통화당국이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다"며 "금융회사든 일반 기업이든 흑자 도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와 건설사, 키코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등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도록 방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정부는 시장이 불안에서 벗어날 때까지 선제적이고(preemptive), 충분하며(sufficient), 확실하게(decisive)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공포, 그 자체가 가장 무서운 적 = 이 대통령은 시장의 불안심리를 해소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실물경제가 위기에 빠졌다기 보다는 오히려 심리적 요인으로 문제가 증폭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는 세계 대공황 당시 루즈벨트 미 대통령의 말처럼 실제 이상으로 상황에 과잉 반응하고 공포심에 휩싸이는 것이야말로 경계해야 할 가장 무서운 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주식이 가장 낮은 가격이었을 때 두려움 없이 산 사람들, 특히 외국인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렸던 기억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스스로의 저력을 믿어야 한다. 이 저력을 믿고 고통 분담과 협력하는 자세로 침착하게 행동 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희망의 출구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과감한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정책 추진 =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확산되는 것은 현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 대통령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 확대와 대규모 감세정책을 실물경제 방어의 수단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재정 확대와 관련, △과감한 예산지출 확대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 △수출 둔화에 대응한 내수 활성화 △고용 효과가 큰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 지원 증대 등을 제안했다. 또 "감세정책 역시 경기 진작의 일환으로 필요하다"며 "내년에 13조 원 수준의 감세를 통해 가처분 소득을 늘리고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예산안은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에 마련돼 다소 긴축적인 방향으로 예산이 편성됐다"며 "국회 예산심의과정에서 세출을 늘려주는 등 재정기능 강화에 적극 호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내 은행의 해외차입에 대한 정부 지급보증 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 국회에 제출한 금융기관 외화차입금 보증 한도 1000억 달러는 사실상 다 쓰일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며 "하지만 이런 선제적 조치를 취하면 우리 은행들이 돈 구하기도 쉽고 금리부담도 줄어드는 만큼 국회가 동의안 처리에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금융산업 육성 포기 못해 = 국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선진일류국가 실현을 위해 MB 정부의 정책 노선에 채찍질을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특히 과감한 규제개혁 △저탄소 녹색성장 △지방행정체제 개편 △공기업 선진화 등4대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규제 강화 주장과 관련, "몸 부풀리기에 급급한 일부 금융권의 행태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위험 회피만을 위한 전당포식 금융관행에 안주해서도 안된다"며 "경제규모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 금융산업을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옥석을 가리는 신용평가기능과 자산 건전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금융산업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고 금산분리 완화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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