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유동성 비율, 왜 문제일까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8.10.2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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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 압박… "기준 완화하면 대출여력도 높아져"

연일 치솟고 있는 시중금리를 떨어뜨리기 위해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뿐 아니라 원화유동성 비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권은 정기예금, 은행채,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가 치솟고 있는 배경으로 이 규제를 꼽고 있다. 원화유동성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데도 비율을 맞추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고금리 수신에 목을 멘다는 얘기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금융당국과 정부에 원화유동성 비율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화유동성 비율은 만기 3개월 이내 자산을 만기 3개월 이내 부채로 나눈 것으로 감독규정에 따라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지난 8월말 현재 은행권의 원화유동성 비율은 107.7%로 기준을 살짝 웃돈다.

분모인 부채는 각종 예금, 은행채, CD를 통한 자금 조달 등이 해당된다. 약 30%가량이 3개월 이내로 추산된다. 최근 단기 부동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분자는 유가증권, 콜론 등이 있다. 원화유동성 비율은 외환위기 이후 도입됐다. 취지는 3개월 이내 부채의 경우 언제든지 지급할 수 있도록 여력을 확보해 놓도록 한 것.



정작 이 규제가 은행권의 원화 유동성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게 은행권 시각이다. 짧은 기간에 은행과 증권사를 오가는 자금이 늘고 있는데, 관련 규제는 여전히 3개월로 묶여 운용상의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은 기준일을 3개월에서 1개월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A은행은 원화유동성 비율이 105%에서 130%로 대폭 개선된다. B은행은 1% 올라갈 때마다 대출 여력이 1조원 생긴다.

무엇보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장기 자금을 규제 때문에 확보해 두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단. 현재는 만기가 3개월 이내 부채 비율을 줄이기 위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연 7%대의 높은 금리로 정기예금 특판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금을 단기로 맡기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3개월 이내 예금이 증가했다"면서 "고객들을 가능한 오래 붙들어 두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높은 금리를 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은행채 발행을 늘린 배경으로도 작용했다. 은행채 만기는 통상 1년 이상으로 장기 부채로 잡힌. 최근 발행 수요가 늘면서 국고채 3년물과 은행채 3년물 스프레드가 지난 21일 기준 290bp까지 벌어졌다. 신용경색으로 은행채 수요는 급감했다.

다른 조달 방법인 CD 금리도 덩달아 올랐다. 지난 7월말 5.67%였던 CD(91일물) 금리는 24일 현재 6.18%로 치솟은 상황이다. 특히 CD금리는 대출 금리와 연동되기 때문에 가계 이자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원화유동성 비율 규제를 완화되면 은행들이 장기 조달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되면 시장 금리도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프랑스나 독일은 1개월 기준이고 미국, 일본의 경우 유동성 비율 규제 자체가 없다"면서 "규제가 완화되면 은행의 가수요가 사라져 시장 금리도 인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권은 다만 100%이상인 유동성비율을 낮추는 데는 반대한다. 자칫 원화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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