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결제 거부 '합법화' 되나?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8.10.2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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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여신금융업법 개정 논의… "현금장려 소비자에 불리" 지적도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논의가 국회에서 시작됐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카드결제를 거부할 경우 징역 1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 등 국회의원 17명은 지난 24일 현금영수증 발급이 가능한 신용카드 가맹점의 경우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여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날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 등 11명의 의원은 아예 카드결제 거부금지 규정과 처벌규정을 모두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 개정안은 87년 신용카드업법에 신용카드 결제 거부를 금지한 이후 처음이다.

카드결제 거부 '합법화' 되나?


◇"중소 가맹점 협상력 높이기"=카드업계에선 이번 개정안 발의에 대해 "중소가맹점 내 카드거래 비중을 낮춰 이들 가맹점의 협상력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소가맹점의 협상력이 강화되면 자연스럽게 수수료율이 인하될 수 있다는 논리다.



두 법안에 참여한 28명(중복 포함)의 의원 중 24명이 한나라당 소속이어서 여당 의원들의 개정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개정안은 그동안 정부 세수 확대의 근간이 돼온 카드 사용 활성화 정책의 흐름과 배치돼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이성헌 의원은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는 경우 현금 사용자에게 할인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현금결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택기 의원은 "그간 정부의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은 자영업자의 과표를 양성화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는 이상 카드 결제 거부를 금지하고 위반시 처벌까지 하는 것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150만개에 달하는 신용카드 가맹점 대부분이 현금영수증 가맹점으로 등록돼 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모든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현금영수증 소득공제한도가 500만원에 불과해 이를 넘을 경우 소비자들의 현금결제를 장려할 유인이 없다는 점에서 개정안은 과표 양성화에 역행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보다 큰 문제는 개정안 발의로 일부 가맹점에서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고 현금으로만 결제시 할인가에 물건을 판매하는 불법행위가 공공연히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카드업계 관계자는 "음식점이나 가전제품 판매점을 중심으로 암묵적으로 이뤄지던 이같은 행위가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다는 법안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사무총장은 "가맹점에서 현금거래를 선호하는 이유는 수수료율 때문이 아니라 부과세 등 세금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며 "결국 신용카드 거부가 빈번해져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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