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무성의한 외환거래'

더벨 이승우 기자 2008.10.2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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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해외펀드 환헤지비용 투자자에 전가..'내돈 아닌데,뭘'

이 기사는 10월27일(09:4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해외 펀드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재테크'를 논하지 말라던 때가 엊그제였다. 그 해외펀드가 최근 애물단지로 전락하자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해외펀드 사업에 박차를 가하던 자산운용사들은 휘청거리고 있고 해외펀드 비과세 정책으로 달러를 내보내 환율 하락을 막겠다던 정부는 환율 폭등의 부메랑에 넋을 잃고 있다.

누구보다 투자자들이 울상이다. 그런데 이 투자자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 있다. 자산운용사들의 해외펀드 환헤지(hedge) 방법을 보면 그렇다.



삼성투신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 외국계인 슈로더자산운용 등 국내설정 해외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대부분은 환헤지 비용을 펀드 순자산가치(NAV)에 포함시킨다.

투자설명서에 헤지 비율을 명시하고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외환 거래를 하는데, 이 비용이 해외펀드 수익률에 고스란이 반영된다.

환헤지 거래가 잦을수록, 혹은 헤지 비용이 더 많이 들수록 수익률은 크게 떨어질 수 있는 있다는 이야기다.


극단적으로 보면, 투자 자산의 최초 가치가 100 이었는데 아래로 50 까지, 위로 150 까지 왔다 갔다 여러번 반복한 후 다시 100으로 복귀한다 해도 투자 원금 모두가 사라질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자산운용사들이 환헤지 비용을 모두 투자자들에게 전가하면서도 환헤지 거래에 신중하지 않다는 점이다.



자산운용사들의 무책임하고 기계적인 외환 거래는 이를 직접 목격하고 있는 외환시장의 딜러들 입에서 나오고 있다. 환헤지 거래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

외환 딜러들이 전하는 바는 이렇다.

자산운용사들이 달러를 살 때 가격에 상관없이 거래를 체결한다는 것이다. 최소 비용을 위해 일정한 가격을 염두에 두고 외환 거래를 하는게 아니라 호가에 상관 없이 무조건 시장가에 산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서울 외환시장의 환율 왜곡 현상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자산운용사들이 달러를 사는 날이면 환율이 5원 혹은 10원 이상씩 튀어올랐다.

외국계 은행 한 외환딜러는 "자산운용사들은 달러를 살 때 가격에 상관없이 무조건 필요한 만큼 매수하고 있다"며 "자기 돈이 아니어서 그런지 신중하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외환당국도 자산운용사들의 이같은 방식의 달러 매수로 환율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 자산운용사들을 외환시장에서 쫓아냈다. 시장가격으로 달러를 사지말고 장외에서 일정환 환율(MAR:시장평균환율)로 사도록 한 것이다.



물론 자산운용사들도 할 말은 있다. 지금의 시장가격에라도 달러를 사지 않고 나중에 환율이 더 오르면 누가 책임지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자산운용사들이 환헤지를 위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비싸게 사든 혹은 싸게 팔든 이 비용은 자산운용사의 비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혹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 돈도 아닌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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