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슈터'의 주가폭락 반성문

박문환(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 2008.10.27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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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슈터의 증시 제대로 읽기]<8>징비록(1) 주가폭락에 대한 반성문

편집자주 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문환(43) 팀장의 필명입니다. 주식시장의 맥을 정확히 짚고, 가급적 손해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그의 투자 원칙과 성과에 따라 붙여진 필명이지요. 한국경제TV(와우TV)에서 10여년 동안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투자정보를 제공했던 샤프슈터 박문환 팀장이 오늘(9월1일)부터 매주 월요일 개장전에 머니투데이 독자를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환영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샤프슈터'의 주가폭락 반성문


낮게 깔린 비구름과 늦은 오후, 아직 불이 켜지지 않은 아파트의 창들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참 동안을 으르렁 대는 것을 보니 조만간 방울만한 비라도 퍼부을 생각인가보다.

지난주에는 커다란 폭탄이 세계 증시를 강타했다. PBR 0.7배수라고 하는...전혀 예측할 수 없는 급락은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IMF때 수준까지 내려 놓았지만 매도세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사나와지고 있다.



참담하다. 그리고 염치도 없다. 1400포인트 언저리에서 지지를 보이고 기껏 오버슈팅 되어봐야 1200에서는 조정을 완료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었던 필자에게 1000포인트의 붕괴는 주식공부 20년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지난 주 금요일 사무실에서 뜬 눈으로 지샜다. 만감이 교차했다. 지난 10여 년간 하루도 빼 놓지 않고 마치 전쟁에 임하는 무장의 자세로 살아왔다.



금융인으로서의 자세는 어영부영 물에 술탄 듯한 시황보다는 좀 더 깔끔하고 명확한 의견을 적시에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를 위해서 누구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노력해왔다. 하지만 필자의 이러한 노력이 더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 놓았다.

"샤프슈터님을 믿었었는데..."

애써 참는 모습이었지만 지난 주말 필자와 전화를 했던 어느 고객의 흔들리는 목소리를 통해 얼마나 견디기 힘든 상황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나름대로 시장을 명확하게 분석해서 좀 더 명쾌한 전달을 해야 한다고 믿었던 필자의 생각이 좀 더 자신감 있는 권유가 되어버렸고 필자의 자세에 믿음을 가졌던 고객들은 결코 PBR 1배수 미만에서의 투자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닐 것이란 필자의 주장을 믿고 위기 속에서 주식을 보유했고 그 믿음에 대한 댓가는 참혹했다.

지난 주 딱 3일 동안의 급락에 우량주만을 담아놓은 포트폴리오임에도 불구하고 반토막 계좌가 속출해버렸다.

미국의 달러를 지키기 위한 피도 눈물도 없는 전장에서 동지들을 지켜내기 위해 언제나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지만 동지들의 안전을 지켜내는데 실패했다.

이 죄를 다 어찌할까....

97년 이후에 감추어 두었던 눈물이 흘러내린다. 매일 새벽2시부터 일어나서 아침과 점심 하루에 두 차례에 걸쳐 정성껏 성실하게 써 왔던 시장에 대한 전략...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10 여 년 동안을 방송을 통해 전하려 했던 이야기들도 이제는 치부처럼 느껴진다.

부끄럽다. 이제는 자판을 열심히 두들겨서 또 이상한 전략을 쓴다는 것이 필자에게는 더할 수 없는 고통이다. 부끄러운 실적을 감추고 밝은 모습으로 위장하고 방송을 하는 것도 치욕적인 일이다.

더 이상은 글을 쓸 수 없겠다는 생각에...이참에 은퇴할까도 진중하게 생각해보았다. 하지만...심사숙고 끝에 다시 가면을 뒤집어쓰기로 했다.

피 흘리는 동지들을 두고 이 전투를 피해 뒤를 보일수도 없다. 패장으로서 비굴해 보일지라도 필자의 자리는 지키려한다. 부끄럽고 힘든 결정이지만...뻔뻔하게도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다.

위험의 수위

지난 주말 헨리 폴슨은 그가 뉴욕의 금융인들로부터 리먼브라더스를 고의적으로 파산시켰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이렇게 변명했다.

“누군가는 내가 FRB에게 리먼을 구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물론 헨리 폴슨의 말처럼 고의로 부도내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리먼 당사자들에게는 헨리 폴슨의 발언은 단지 변명 정도로 들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시에 리먼은 BOA나 바클레이즈 등 2곳에서 인수를 타진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산업은행에서도 일부 사업을 매수하려 했었다.

인수를 할 요량으로 BOA가 리먼의 부실자산을 커버할 650억달러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를 모두 정부가 나서서 묵살했다.

우발채무(Contingency liability)에 대해서 만이라도 좀 보장을 해달라고 해도 미국 정부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금융회사는 신용을 잃으면 끝장이다. 가뜩이나 메스컴을 타서 크레딧라인이 모두 외면해버린 위태로운 상황에서 리먼을 정확하게 사지로 몰아세웠다는 의심을 받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아무튼 리만은 정밀하게 계산된 폭탄이었다는 필자의 주장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이 월가에는 꽤나 많은 듯하다.

물론 우연일수도 있고 필연일수도 있지만 이번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은 잃는 것 보다는 얻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지대에서 초월하는 미군에게 총격을 가할 정도로 간뎅이가 부어오른 파키스탄의 국방비를 30% 감축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하는 등 다시 미국은 동남아시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날뛰던 파키스탄을 순한 양으로 만들어 놓았던 것은 다름 아닌 달러화였다. 툭하면 핵카드를 들먹이던 아흐마디 네자드도, 부시를 당나귀 취급했던 성공한 혁명가 차베스도, 코가 석자나 빠진 요즘 같은 상황에서 목소리를 키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자존심을 한 방에 꺾어 평정할 수 있었던 것은 “토마호크”나 “스텔스전투기”가 아닌 “달러”였다.

어디 그뿐인가 훨씬 더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진 오만한도전자, 유로화를 연일 폭락으로 이끌고 있다.

시장과 포트폴리오의 몰락을 달러전쟁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야 시장의 반등 포인트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유럽시장은 물론 이머징마켓까지 모두 공포 속에 시달려야 했다. 그 이유는 흔히 시장에서 알려진 것 처럼 “R의 공포”라고 하지만 필자는 그 R의 공포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다. 단지 경기의 침체가 문제라면 어찌 시장이 기업들의 장부가치의 0.7배수까지 떨어진단 말인가?

지금가지 어지간히 혹독한 경기의 침체도 PBR 1배수 혹은 1.2배수 안에서는 반등을 보였었다. 지금은 0.7배수까지 내려왔다면 이것은 침체가 적어도 원인은 아니다.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주가가 추락한 것은 일단 가격 불문 매도해서 돌아오는 결제 수요를 맞추려는 금융기관들의 묻지마 매도가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주에도 역시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는 달러경색으로 인해 유로지역의 선진국들은 나름대로 고충이 컸다.

이미 “스마트 폭탄”을 통해 거론했었던 리먼의 채권가치 재산정과 더불어 워싱턴뮤추얼의 채권가치 재 산정이 겹쳐지면서 시장은 알게 모르게 문제를 더 많이 만들었다. 특히 지난주에는 국제 스왑파생상품협회(ISDA)에서 14개의 중개회사들과 경매방식으로 워싱턴 뮤추얼의 선순위 채권의 잔존가치가 1달러당 57센트로 확정했다.

문제는 이 채권의 잔존가치는 시중에서 달러당 63.6센트에 거래가 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잔존가치에 비해 적게 평가가 되었다는 것은 역시 이 채권의 CDS 프리미엄을 발행한 은행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즉 CDS 발행자는 1달러당 36.4센트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돈을 맞추어 놓고 있었을 것인데 실질적으로 43센트를 지급해야 한다면 또다시 그들의 상처받은 대차대조표에 큰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었고 이런 위험을 감지하고 있는 IMF에서는 “유럽 은행들도 줄 도산 위험 있다”고 말했던 것이었다.

그런 이유가 유로지역의 주가 급락을 가져왔고 그들이 힘들다는 것은 그들의 투자자산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금이나 금속은 물론 후진국에 대한 주식과 채권 투자마저도 자산매각을 위한 대상물이 되었고 이머징마켓 시장과 상품시장을 덩달아 폭락시켰다.

끝이 보이지 않는 폭락의 원인은 생존을 위한 선진금융시장의 가격불문 묻지마 투매가 원인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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