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재정지출 확대 작업 착수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10.2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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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성장률 4%내외
-국세 1.5~2조원 감소
-재정수지 적자 1.5~2%로 확대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경제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내년 예산안을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2009 예산안은 5% 내외의 성장률을 가정해 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의 1% 적자 수준이나 예산안이 수정되면 성장률은 4%내외로 재정적자는 1.5~2%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6일 "강력한 외부변수가 생긴 만큼 성장률을 낮춰서 예산안 수정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당초 내년 예산수입이 올해보다 7.2% 증가한 209조2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중 국세는 8.4% 늘어난 179조6000억원이다. 기금수입까지 합친 총수입은 올해보다 7.6% 증가한 295조원이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국세 감소는 불가피하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반적인 모델에 따르면 성장률이 1% 하락하면 1조5000억~2조원 가량의 국세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아직까지 내년 성장률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으나 정책의지가 반영되더라도 수정치는 4%내외서 결정될 전망이다. 국내 민간경제연구소 대부분이 3%대 후반을 예상하고 있고 한국은행은 4%대가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예산을 짤 때 4%대는 되지 않을까 했는데 (지금은) 4%를 이루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성장률이 5%내외에서 4%내외로 낮아지면 내년 국세수입은 177조6000억~178조1000억원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세입이 줄면 보통 지출을 줄이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강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감세와 재정지출을 동시에 확대해야 한다”며 “당분간은 재정적자폭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출 규모를 한없이 늘리기는 어려워 당초 273조8000억원의 재정지출 규모가 280조원을 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높고 한번 늘린 정부 지출을 다시 줄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확대된 지출은 일자리 창출이나 경기에 영향을 큰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나 IT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실물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서는 기존 지출도 SOC 등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입 감소와 재정지출 확대로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GDP 대비 1%에서 1.5~2%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들어서 적자폭이 가장 심했던 때가 1.6% 정도였기 때문에 정부도 2%이상 적자를 내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성장률이 낮아짐에 따라 세입이 줄면서 재정적자폭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통 세입 전망을 보수적으로 하기 때문에 재정적자폭이 큰 폭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내년도 적자국채 발행 한도는 국회 심의과정에서 당초 예상치인 7조3000억원에서 증액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정부 관계자는 "실제 적자국채 발행은 예산상의 지출과 수입에 따라 달라지는 종속변수이기 때문에 지금 얼마나 더 발행할 지를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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