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엑소더스'…위기의 나비효과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08.10.26 16:01
글자크기

'태풍의 눈' 美보다 이머징 충격 더 커

금융위기의 위력이 커지면서 '태풍의 눈'인 미국보다 새로 태풍의 영향권에 접어든 이머징시장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한주간(10월20일~24일) 미국과 유럽 등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선진국 증시가 4~5% 안팎으로 하락하는 동안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증시는 두 자릿수 낙폭을 기록하며 패닉에 빠졌다.

미국 다우지수는 지난주 5.35% 하락한 8378.95로 거래를 마쳤다. 낙폭이 작지 않았지만 10월 첫째주와 둘째주 각각 7.34%, 18.15% 하락한 것에 비하면 진정 국면으로 볼 수 있다. 유럽 증시도 영국 FTSE100지수가 -4.42%, 프랑스 CAC40지수가 -4.09% 수익률을 기록하며 비교적 선방했다.



반면 한국 코스피지수가 20.49% 하락하며 20년래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이머징 증시는 줄줄이 두 자릿수 폭락 사태를 맞았다.

홍콩 항셍지수가 13.3%, 인도 선섹스지수가 12.77% 하락했고 브라질과 러시아 증시는 각각 13.51%, 17.7% 내렸다. 소위 '브릭스'로 불리는 이머징마켓의 선두 증시들이 동반 급락했다.



◇주식·채권·통화↓…이머징 '엑소더스'
이머징 증시가 미국, 유럽보다 낙폭이 큰 이유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엑소더스'(탈출) 현상 때문이다.

위기 진앙지인 선진국들의 경기침체와 소비위축의 파급효과는 금융시장이 좀더 취약한 이머징마켓에서 금융경색으로 나타나고, 그들의 주요 성장동력인 원자재가격을 떨어뜨린다. 안전자산 선호와 현금확보 심리가 커지면서 달러화 대비 현지통화 가치도 떨어진다.

블룸버그통신은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의 주식, 채권, 통화를 모두 팔아치우고 있다"며 "지난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글로벌 경기침체를 압박하면서 이머징시장을 지탱해준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폴란드와 헝가리 현지 통화가치는 지난주 각각 16%, 12% 급락해 블룸버그가 데이터집계를 시작한 1993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한국도 환율이 1400원대로 급등해 달러화 기준으로 보면 한국 증시의 낙폭은 훨씬 큰 셈이다.

클라리덴로이의 실비아 머렌조는 "선진국과 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나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에서 펀드의 급격한 이탈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윌리엄 로즈 씨티그룹 부회장은 "이머징마켓은 그들이 초래하지도 통제할 수도 없는 위기에 희생되고 있다"며 IMF가 통화스왑을 늘려 이들 나라의 외환거래를 매끄럽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