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환매조건부 미분양 신청 딜레마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2008.10.2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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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자금 융통 낫다" vs "조건 너무 불리해 손실만 키운다"

대한주택보증의 환매조건부 미분양아파트 매입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손익 계산에 분주하다.

지방 미분양 문제가 하루 아침에 해결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가격을 낮춰서라도 당장 자금을 융통하는 것이 나을 것 같지만 막상 매입신청을 하자니 따져봐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견건설사인 A사 임원은 "환매조건부 미분양과 관련해 수차례 임원 회의를 진행했지만 무조건 신청하자는 의견과 상황을 지켜보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며 "건설사 유동성 지원책은 분명한데 조건이 너무 불리해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가장 판단하기 어려운 것은 실익 여부다. 환매조건부 매입단지로 선정되려면 가급적 낮은 가격을 제시해야 하는데 헐값에 아파트를 넘길 경우 이익을 낼수 있을지, 손실을 더 키우는건 아닌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미분양 물량을 되사올때 주택보증에 부담해야 할 자금운용수익률과 제비용 등도 만만치 않다.

B사 관계자는 "역경매방식으로 매입대상을 정하면 원래 가격보다 30∼40% 싸게 물량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자금을 지원받아도 공사비 등 사업자금이 부족해 애를 먹거나 환매후 제값에 팔지 못 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기존 계약자들의 집단 민원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고민거리다. 기존 계약자들이 주택보증 매입가만큼 분양가를 깎아달라고 주장하거나 계약 해지를 요구하면 자금난이 가중될 수도 있다.

실제로 대한주택공사에 지방 미분양 단지를 할인 매각한 건설사들은 기존 계약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일부 단지 계약자들은 임대주택으로 전락한 아파트에 입주할 수 없다며 집단해약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C사 관계자는 "준공 후 되사는 조건이라는 점을 아무리 강조해도 계약자들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자금 지원책이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막상 돈을 융통하려니 걸림돌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기업 및 아파트 브랜드 이미지 추락도 감안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형건설사들이 미분양 매입신청 여부를 검토조차 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에 대한 악성루머가 판을 치는 가운데 미분양 매입신청을 하는 것은 회사 자금 사정이 안 좋다고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자금 일부 지원받으려다 오랜 기간 막대한 자금을 들여 쌓아온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해당 단지는 물론 다른 단지 기존 계약자들도 불안해할 것"이라며 "미분양 물량 매입을 계획했던 대기 수요나 신규 분양단지 잠재 수요들도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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