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자산의 디레버리지, 종착역은 어딜까"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8.10.2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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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플로]

사상 초유의 증시 폭락이 1000개 가까운 코스피 상장기업을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하게 만들었다. 살 떨리는 조정이 아닐 수 없다. 주가가 웬만큼 떨어졌을 때만 해도 이제 곧 반등할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었지만 이제 또 어떤 새로운 위기가 올지 살얼음판에 서 있는 기분이다. 코스피는 오늘 급락과 함께 연초 대비 하락률을 50.52%로 확대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는 올 들어 하락률이 대부분 50%를 넘거나 육박한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오늘 급락이 반영돼 연초 대비 50.03% 폭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54%, 중국 상하이지수는 65%, 대만 가권지수는 46.2% 폭락했다.



한가지 기이한 것은 증시와 반대로 움직이는 속성의 금 가격도 하락했다는 점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선물 가격은 전날에 비해 온스당 20.50달러(2.9%) 하락한 714.70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695.20달러까지 하락,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온스당 700달러가 무너지기도 했다. 금 전문가들은 세계 증시 붕괴로 투자펀드들이 마진콜과 환매요청에 직면한 상황에서 현금화가 쉬운 금을 대규모로 내다 팔고 있는 점을 최근 급락의 주원인으로 봤다.

고가 미술품 경매 전문업체인 소더비도 깜짝 발표를 했다. 소더비는 전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 자료를 통해 이번달 런던과 홍콩 경매 시장에서 개런티 손실이 1500만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개런티 비용은 소더비가 미술품을 팔려고 내놓은 측에게 최소 낙찰가액을 보증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미술품 구매 수요가 급감, 낙찰 가격이 최소한의 개런티 비용에도 못 미치는 사례가 늘었다. 최근 금융시장 붕괴로 고가 미술품이 자산 도피처로 뜰 거란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한마디로 돈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릴 것 없이 내던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채권을 찍어내는데도 불구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것 역시 금융위기로 달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지 달러의 펀더멘털이 좋기 때문은 아니다. 지난 3월 베어스턴스 몰락 당시만 해도 달러/유로 환율은 1.50달러선을 기록, 달러화 약세 추세가 유지됐었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도 달러 가치가 단기적으로 강세를 나타낼지 모르지만 이후 달러 가치는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버는 "달러가 가치 없는 휴지조각이 될 것이며, 미국은 정부 능력을 넘어서는 부채 급증으로 궁극적으로 파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모든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자산 청산(디레버리징)이 진행되고 보여주는 현상들이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13년만에 최고로 치솟은 것은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입과 차입, 레버리지와 레버리지의 반복과 승수가 거품을 부글부글 끓게 했고 이제 그 거품붕괴를 목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금융위기들 보다 문제가 더 심각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그 때보다 금융 파생상품과 그 리스크의 연결 고리가 훨씬 길고 복잡하다는 점 때문이다.

파키스탄과 아이슬란드,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이 국가 부도 사태에 직면했으니 해당 국가의 은행과 기업이 추가로 파산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CDS가 문제되고 있듯이 그에 따른 파장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담보로 한 부채담보부증권(CDO) 가치 급락으로 금융회사들이 파산했고 그 금융회사들이 파산할 가능성에 대비한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도 무너지고 있다.

어떻게 해서 버블이 만들어졌는지 그 파생의 연결고리와 구조를 완벽히 이해해야 종착역을 가늠할 수라도 있을 것 같다.

98년 파산해 전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는 노벨상을 수상한 금융공학자들이 설립한 회사였다. 한 번 학습해도 변하지 않으니 두 번째 위기는 더 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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