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하는 시장…고민 깊어지는 당국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임동욱 기자 2008.10.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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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일 고강도 대책을 쏟아내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금융시장의 혼란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주가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환율은 치솟는 등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기능이 사실상 상실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내놓고 있다.

◇"비상계획? 생각조차 싫다"= "뭘 어떻게 더 해야 하는지 좀 알려달라"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코스피 지수 1000선이 속절없이 붕괴되자 금융당국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목소리에는 허탈함을 넘어 공포감이 묻어났다.



지난 19일 재정부·한은·금융위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시장 불안 극복방안'을 발표했다. 요동치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게 그만큼 급박했던 탓이다. 고심 끝에 내놓은 대책의 약발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증시는 21일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어 △건설사 지원 방안 △1000억달러 은행외채 지급보증 △외화유동성 300억 달러 공급 △장기적립식펀드 세제 혜택 △총액한도대출 확대 △증권·자산운용사 2조원 유동성 지원 등의 카드를 던졌지만 시장에 가득찬 공포감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실상 쓸 만한 카드는 다 썼다고 보면 되는데 시장이 안정되지 않아 곤혹스럽다"며 "그간 내놓은 대책이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믿고 싶다. 동요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직 쓰지 않은 비상계획(컨틴전시플랜)이 있지만, 이를 시행한다는 것은 지금보다 더 시장이 나빠진다는 의미여서 생각조차 하기 싫다"고 덧붙였다.

△현행 15%인 주식 가격제한폭 축소 △매매시간 단축 △주식거래 일시 정지 △임시휴장 등의 긴급사태 처분권 행사 등의 비상조치를 마련해두고 있지만, 현 상황이 이같은 긴급조치를 취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고심하는 한은= 꽉 막힌 자금 흐름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한은의 은행채 매입이 필수적이다. 은행권은 읍소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압박하는 양상이다. 발권력과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는 한은의 곳간을 좀 더 열라는 것이다. 한은은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것으로 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키울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은의 독립성을 당국이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중앙은행은 위기시 '최종 대부자' 기능을 수행하는 마지막 보루로서 행동을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 한은 역시 팔짱만 끼고 있을 수 없다. 이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대한 유동성 공급이 이뤄졌다. 은행채 매입 역시 환매조건부채권(RP) 방식 공개조작 대상에 포함시켜 자금을 공급해 줄 수 있다.

이 밖에 긴급사태가 발생하면 한은법에 근거해 다양한 정책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
통화와 은행업의 안정이 직접 위협받는 중대한 긴급사태가 발생하면 한은은 증권 외에 자산을 담보로 대출할 수 있다. 금융기관이 기존 대출금을 회수해 신규대출을 억제하고 있는 '심각한 통화신용 수축기'라는 판단이 서면 일반 기업에 대한 대출도 가능하다.

다른 한은 관계자는 "우리도 컨틴전시 플랜을 가지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무조건 은행채 만을 사준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풀리는 것이 아닌만큼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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