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청산, 반복되는 탐욕의 역사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10.2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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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의 투데이]

미국 등 선진국 금융권은 이제 어느정도 안정되어가는 분위기다. 23일(현지시간) 다우지수가 반등한 것은 뉴욕 증시의 터닝포인트(Turning point)가 드디어 가까웠음을 반영하는 징후중 하나이다.

그러나 한국 등 이머징 국가들의 증시의 폭락은 이제 시작되고 있는 듯하다.



무엇이 이러한 극명한 대조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 바로 글로벌 디레버리징(자산 청산)의 효과다.

이번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위험 회피적인 성향으로 돌아선 미국, 유럽 등 선진국 투자자들이 글로벌 디레버리징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디레버리징의 틈바구니 속에서 이머징 국가들의 피해가 더욱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상시 이머징시장의 투자 기회를 적극 권유하던 글로벌 투자자들이 정작 자신들이 위기에 처하자 하루 아침에 입장을 바꿔 "이머징 자산은 위험하다"고 난리치며 투매에 나서다니. 이런 돌변도 없을 것이다.

이들의 디레버리징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위험 요인들을 한국 등 이머징 시장으로 떠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에 이미 치명타를 입은 한국 등 이머징 증시는 디레버리징 후폭풍에 할 말을 잃고 추풍낙엽으로 빨갛게 물든 증시만을 바라다만 봐야하는 최악의 입장에 놓였다.

이번 위기는 미국 금융권의 끝없는 탐욕에서 비롯됐다. 브라질, 러시아를 비롯해 견실한 성장세를 자랑하던 국가들이 국가 부도 위험이 급증하는 사태에까지 몰리게 된 것은 미국의 금융위기 탓이 크다. 물론 해당 국가들의 잘못도 있다.



한국이 이머징 시장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선진국 투자자들은 아직 한국을 이머징 시장이나 다름없는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선진시장이라 우겨도, FTSE가 한국을 선진시장으로 승격시켜도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 시장은 그저 '원 오브 이머징 마켓'일 뿐이다. 그러니 우리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디레버리징 쓰나미에서 비켜날 수 없는 현실이다.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시장 지수는 4.3% 하락하며 4년래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머징시장 채권과 미국 국채와의 스프레드는 850bp까지 확대됐다. 이 역시 6년래 최대 수준이다.

아르헨티나의 신용디폴트스왑은 4000bp로 치솟았고, 러시아 역시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으로 1000bp로 치솟았다.



이에 비해 이머징 시장을 빠져나간 자금이 몰리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국채 금리는 급락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주목할 주장이 있다. 미국이 이처럼 위기를 막기 위해 막대한 재정적자를 고수한다면 달러는 휴지조각이 될 것이란 마크 파버의 '예언'이다.

파버는 미국이 궁극적으로 파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경각심을 고취시키자는 차원이다. 그럼에도 그의 주장은 미국 달러화가 결국 장기적으로 약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는 인사이트를 주고 있다.



글로벌 자산 청산이 이뤄져 자금 유출이 일단락되고 경제가 다시 안정세에 접어드는 날은 분명 다시 온다. 그때도 이 탐욕적인 투자자들이 그저 낮은 수익률에 만족하면서 그대로 머물러 있을 것인가? 그 답은 "아니요!"가 확실하다.

자산가치가 땅에 떨어져 다시 한번 대박의 찬스가 널린 '기회의 땅' 이머징 시장으로 몰려들어 휘젓고 다닐 것이다.

이들은 또 "이머징 시장이 최고!"라고 입을 모아 외치게 될 것이다. 글로벌 자금의 속성은 실로 탐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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