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시장 투매 심각… 韓도 영향권"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10.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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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안전자산 선호로 증시 패닉"

'경기침체'(Recession) 공포가 강화되면서 패닉을 넘어 시장의 침몰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위험 회피적인 투자자들이 자산 유동화에 나서면서 이머징 시장의 폭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러시아 등 일부 이머징 국가들의 국가 부도 위험이 크게 치솟고 있다.

반면 달러, 엔 등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상품들은 이러한 디레버리징(이머징시장 자산 청산)에 혜택을 입고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신용 스프레드도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지켜볼 때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머징 국가와 더불어 한국 증시도 매도 및 자산 유동화 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한국 자산 폭락세가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경기침체에 따른 공포가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를 증가시켜 이머징 자산을 투매하고 있다" 고 밝혀 투자자들의 패닉이 진정되지 않는 이상 이러한 폭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시사했다.



골드만삭스의 도미닉 윌슨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디레버리징, 자산유동화, 신용위험 등이 시장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러한 배경에는 글로벌 동반 경기침체와 더불어 1980년대 초반보다 경기침체가 심각할 것이란 생각이 앞서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윌슨은 "증시는 전세계적인 동반 침체를 반영하고 있다"면서 "상품, 이머징국가 통화, 경기순환에 영향을 많이 받는 주식 등은 최근까지 견조한 모습을 유지했기 때문에 지금 급격한 조정을 받는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머징 시장의 주식은 폭락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채권 금리 스프레드는 확대되고 있다. 국가부도와 관련된 신용디폴트스왑(CDS)도 여러 국가에서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존 히긴스 이코노미스트는 "상품가격이 자유낙하하고 있고 경기침체는 선진국 경제를 옥죄고 있다. 그 결과 많은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히긴스는 "글로벌 위험회피 현상이 이머징 자산 매도를 촉발하고 있으며, 특히 해외 자금의 비중이 높았던 국가에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시장 지수는 4.3% 하락하며 4년래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머징시장 채권과 미국 국채와의 스프레드는 850bp까지 확대됐다. 이 역시 6년래 최대 수준이다.

아르헨티나의 신용디폴트스왑은 정부가 민간 연기금을 국유화하기로 결정한 후 4000bp로 치솟았다. 러시아의 CDS도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1000bp로 치솟았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의 신용 스프레드도 빠르게 치솟고 있다. 주로 정크본드 채권의 신용스프레드를 반영하는 i트랙스 크로스오버 지수는 처음으로 800bp까지 치솟았다. 투자등급채권의 신용스프레드도 확대되고 있다. 결국 중앙은행들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지던 단기자금시장도 다시 악화로 돌아섰다. 오버나잇 달러 리보(런던은행간금리)가 2주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반전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유럽의 경제지표도 투자자들의 심리를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왔다. 영국의 9월 소매매출은 전월대비 0.4% 감소했다. 전년동기로는 1.8% 증가했지만, 이는 2006년 2월 이후 최저치다. 유로존과 미국, 일본 등의 경제지표도 바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채권 가격은 안전자산 매수세가 몰리며 상승하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 금리는 3.62%까지 낮아졌고, 10년만기 독일 분드 채권 금리는 3.77%로 2bp 하락했다.



엔화와 달러 가치도 이머징 자산을 판 자금이 유입되면서 급등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가 극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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