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기와 올바로 가기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2008.11.02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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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청계광장

금융시장이 정신없이 요동치고 있다. 이런 시기에는 시장의 균형을 잡아주는 메커니즘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것이 시장에 내재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이든지 시장을 규제하는 보이는 손이든지 상관없이, 과연 ‘손’이라는 것이 있는지 싶다. 그 손이 어떤 손이든 속히 시장이 균형을 찾고 다시 성장과 복지가 가능해지면 좋겠다는 것이 팍팍한 현실에서 어서 벗어나고픈 많은 사람들의 소망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멈춰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우리 자신과 우리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평소에 잘 관리해 왔는지 돌아보는 것이다. 최근 성과관리의 금과옥조처럼 여겨지고 있는 ‘Balanced Scorecard(균형성과표)’는 단지 최종목표인 이익만 달성만 하라고 하지 않는다.



돈을 벌어주는 것은 고객이고 고객은 좋은 프로세스를 통해 확보되며 좋은 프로세스는 좋은 직원들에 의해 성취된다는 일련의 인과관계 고리를 중시한다. 선행지표와 후행지표 간의 균형, 장기와 단기성과 간의 균형, 전략적 목표를 향한 제요인의 일관된 관계를 강조한다. 건강을 위해 피트니스(fitness) 클럽을 다니듯 성과관리도 균형 잡힌 적합성(fitness)이 필요하다.

개인과 가계, 기업, 국가가 글로벌 그라운드에서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사회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각 개별 행위주체가 인과관계의 맞물림과 연계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친 단기이익만을 추구하면 장기적 균형이 깨지고 최종 목표달성도 불가능해진다. 소탐(小貪)이 대실(大失)을 가져온다. 지금의 금융시장 위기는 근시안이 가져온 자업자득이다.



살고 싶은 선진 도시의 길거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자신의 안마당만 가꾸지 않고 길거리 쪽의 바깥마당도 잘 가꾸는 저마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걷고 싶은 마음이 드는 아름다운 ‘공공의 영역’이 생겨난다. 이런 거리는 정부의 개입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자신만이 보는 안마당만 챙기지 않고 공공의 영역도 함께 배려하는 개인들의 집합이 그런 아름다움을 만들어 모두를 즐겁게 만든다. 이것이 시민사회를 만드는 힘이고 문화의 가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런 바깥마당과 같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잘 작동하면 자유의 폭이 커진다. 그렇지 못하면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을 건 개입이 커지고 자유는 줄어든다. 이제까지 금융상품 설계와 운영이 단기적인 이익 극대화에 치우쳐 장기적 이익과 다중의 손실을 무시하였다면 제 안마당만 챙긴 것이다. 투자은행의 CEO와 딜러들이 고객과 회사의 이익과는 무관하게 자기의 성과급만 두둑이 챙겨갔다면 역시 제 안마당만 챙긴 것이다.

사회적 이익과 정의를 도외시하고 안마당만 챙기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면 전체적인 풍요의 선순환 시스템이 깨진다. 1929년 발생한 대공황은 그 후 10여년 동안 불황을 겪고도 극복되지 않았고 결국 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사 최대의 불행을 겪고 나서야 안정으로 가는 경로를 밟았다. 우리는 지금의 위기를 치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시장의 균형을 이야기하지만 자신의 자유에 대해서만 주장하려 들고, 공공영역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단기이익과 장기이익, 개인이익과 사회이익 간의 균형을 잡는 것이 시장경제의 전제다. 금융위기가 더 큰 비극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은 균형 잡힌 게임의 룰을 세우는 것이다. 전략의 제1원칙은 빨리 가는 것보다 올바르게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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