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위기 대책기구 만들어라

머니투데이 유승호 산업부장 2008.10.2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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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위기 대책기구 만들어라


월가가 사고를 쳐도 크게 쳐놓은 것 같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폭탄이 터져 세계 금융기관이 6600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도 모자라 2탄, 3탄이 우려되고 있다.

서브프라임에 이어 듣기에도 낯선 금융 파생상품이 또 문제다. 크레딧디폴트스왑(CDS)과 연관된 합성부채담보부증권(합성CDO)의 부실이 국제금융시장에 2차 충격을 가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합성CDO 시장 규모는 1조2000억달러에 달하는데 이중 1조달러 이상이 부실에 처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1조달러면 1400조원이다.



한국 주식-외환-채권시장에 파편이 튀고 있다. 유동성 자금이 필요한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해뒀던 주식을 청탁 불문하고 팔아 달러로 바꿔 나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가는 박살나고 환율은 급등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23일 1049까지 내려앉았고 원/달러 환율은 10년만에 1400원을 넘어섰다. 채권시장은 정상 작동이 멈춘 지 오래됐다. 현금 확보전이 벌어져 우량기업들조차 회사채 발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각국 정상들이 모여 사고 난 파생상품을 모두 털어 내놓고 빚잔치를 해야 상황이 끝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국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겪어 기업 부채비율이 100%대로 낮고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튼튼하다고 자위하고 있기에는 불안하다. 바다 넘어 일렁이고 있는 파도뒤에 얼마나 큰 쓰나미가 도사리고 있는지 전문가들조차 감 잡지 못하고 있다.

불안감은 정부를 보면서 더욱 커진다. 10년전 IMF를 한번 겪어서인지 정부는 꽤 대범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이 고통스러워하면 마지못해 대책 하나씩 내놓는 형국이다. 특히 쉬쉬하기에 바쁘다. 그러다보니 정보와 인식 교류의 부재로 각자 느끼는 위기에 대한 인식 편차가 커 정책 일관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시장에선 당국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져 가고 있다.

시장의 신뢰를 얻는 길은 말보다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우선 신속한 의사결정구조를 만들어 시장에 기만하게 대처할 체제를 갖추고 과단성 있고 일관성 있는 정책 집행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 범 정부차원을 넘어서 야당까지 참여하는 위기대책기구를 만들어야 할 때가 됐다. 야당과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야당도 발목을 잡고 떼쓸 사안이 아니다. IMF위기 때는 여야가 참여하는 비상경제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신속한 의사결정 체제를 갖춘 바 있다.

"지금이 IMF 상황이냐"고 물을 수 있다. 국제시장에 쓰나미가 본격 시작도 안했다는데 아이슬란드, 우크라이나, 헝가리, 파키스탄, 벨로루시 등 5개국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남미의 아르헨티나도 IMF행에 오를지 고심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튼튼하다 해도 금융 파고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출 필요성은 충분하다.

요즘 금융시장을 보면서 IMF 직전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나중에 보니 외환보유고가 충분치 않았는데도 한국은행은 백마고지처럼 750원대를 사수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아 두둑이 달러를 챙겨 나가고 난 뒤에야 원/달러 환율이 2000원을 향해 치솟았다.

지난 22일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 576조원 가운데 외국인 비중은 29.6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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