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코스피 1000선마저 무너지나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10.2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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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과 경험, 그리고 통찰력이 힘을 발휘할 시점

미증시 마감은 코스피지수 1000선 붕괴에 대한 우려를 불러내기 충분하다.
전날 코스피증시가 장중 한때 1100선마저 무너진 상황에서 뉴욕증시가 연신 낙폭을 확대함에 따라 해외증시에 기댈 여지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엔/달러 환율이 97엔으로 추가하락하고 엔/유로 환율이 125엔, 엔/스위스프랑 환율이 83엔으로 주저앉는 등 엔화가 모든 통화에 대해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캐리트레이드의 몰락을 의미한다.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30종목이 일제히 하락하고 변동성이 재급등한 점은 굳이 파악하지 않아도 직관으로 알 수 있는 일이다.
금융불안이 실물경기 침체를 몰고 오는 판에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는 굳이 언급할 이유가 없다.

사실 각종 시장의 가격지표를 논할 때가 아니다. 이미 아이슬랜드, 헝가리, 우크라이나, 파키스탄이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상황에서 연금펀드 국유화를 선언한 아르헨티나가 국가부도 위험에 노출됐다.
과거 신흥시장 금융위기가 국가별 또는 지역별로 산발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현재 상황은 국가와 지역을 무시하고 동시 다발적으로 연쇄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파괴적이다.



이런 와중에 헝가리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1.5%로 300bp나 인상했다. 지난주 정기회의에서 금리유지를 결정했었지만 포린트화가 유로화대비 최저치 수준으로 급락하자 최근 5년래 가장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긴급조치를 단행했다.
금리인하에 골몰해도 시원찮을 판에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하는 상황은 이미 갈데까지 갔다는 선언과 마찬가지다.

폴슨 미재무장관의 발언도 현실 인식의 고통에 굴복된 상태다. 향후 수개월간 더 깊은 골짜기를 보게 될 것이고 그 후에도 경기회복이 매우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처지는 글로벌 공조의 무기력함을 토로하는 셈이다.
패닉이 패닉을 몰고 오고 모든 주식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기사회생을 바랄 처지가 아님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코스피지수 월간 하락률과 20일 이격도가 1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은 이미 IMF 당시의 위기의식을 대변하고 있다. 국가부도 사태 재발까지 뇌리에 스치는 판에 주가와 환율에 대한 막연한 희망은 금기인 것이다.


아직 바닥이 아니라는 냉정한 분석도 줄을 잇는다.
김정훈 대우증권 연구원은 "자산가격 바닥권에 대한 판단이 나오지만 다분히 직관에 호소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평가하면서 "S&P500 1년 예상 PER가 현재 11∼12배 수준인데 10배 수준에서 바닥을 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증시가 2002년 저점 수준까지 떨어져야 글로벌 증시가 중기 바닥을 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지난주 60개월(5년) 이평선인 1300선을 하회함에 따라 2003년 이후의 투자자들이 평균적인 손실을 보게 됐다"면서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월간 로그차트의 저점을 이은 10년간의 장기상승추세가 위협받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물론 MACD오실레이터에서 보듯 현재의 급락세가 1980년 이후 거의 30년 동안 최저수준이란 점에서 역설적으로 극단적인 급락세가 마무리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희망도 빼놓지 않는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설상가상, 아비규환이라는 표현이 들어맞을 정도로 시장이 난타당하고 있는 상황에선 단기 묘책을 찾을 수 없다"면서 "결국 장기투자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뿐"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그는 유일한 대안이 "현재의 패닉국면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라고 제시하면서 "경기와 실적이 최악으로 치닫는 시점에서 주가가 바닥을 통과할 것이며 그 수준이 1000선 전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인 전략이긴 하지만 현재 방어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국제 투자자본이 다시 풀리기 시작한다면 신흥국 가운데 중국과 한국이 그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투자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증시 바닥과 고점에서 수없이 나와 그때마다 장세를 현혹시켰던 '이번만은 다르다'라는 말이 한번도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위기도 지구가 망하는 일을 겪지 않고 더 나은 번영을 위한 경종으로 결말을 맺을 일이다.

최근 미래에셋은 인사이트 펀드 발족 1주년을 맞아 세간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지금 보면 당시 인사이트 펀드를 내놓은 것은 크나 큰 실수였다. 1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신화라고까지 찬사를 받던 미래에셋의 명성과 위상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추락했다.

하지만 어떠한 지표로도 설명과 예측이 안 되는 현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직관과 경험이고 이러한 때야말로 통찰력이 필요하다.
50%의 평가손을 입은 채 주가가 반등하기만을 기다리는 소극적이고 패배적인 자세를 버리고 새롭고 깨끗한 펀드를 내놓는다면 증시의 중심을 되찾을 수 있고 시장에 기여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과연 펀드가 팔릴까"라는 걱정을 하면서 주저하지 말고 천억원대 소규모 펀드로 만족하겠다는 자세를 갖는다면 펀드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일이다.

현재 증시와 부동산에 물려 끙끙 앓고 있는 사람이 부지기수지만 기회를 잡아 진입을 노리는 사람도 상당하며 그들에게 필요한 투자상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인사이트 II'가 나와서 대박이 터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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